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월드리포트] 한식, 미국 가정 식탁에 오르길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6 18:00

수정 2015.06.26 18:00

[월드리포트] 한식, 미국 가정 식탁에 오르길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내엔 한국 식자재 및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한국 마켓'과 한식당이 많다.

이 지역뿐 아니라 부에나파크, 어바인 등 남부 캘리포니아는 물론 시애틀, 뉴욕, 뉴저지 등 미국 어느 주에서든 한국인들이 다수 모여 사는 대도시엔 최소 한두 개 이상의 한국 마켓과 한식당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 식당이나 마켓엔 비교적 나이든 한국인들이 대다수였다. 모국의 제품과 음식을 선호하는 중년 이상이 주고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불과 2~3년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 동포 1.5~2세대의 20~30대 젊은 층은 물론 코리아타운 지역임에도 백인, 히스패닉, 흑인, 중국인, 일본인 등 인종과 국적 불문하고 고객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차이나타운에 자리잡은 중국 마켓에 한국 식자재가 진열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 대형 슈퍼마켓에 한국산 라면이나 스낵류에서부터 맥주, 소주 같은 주류 등이 진열돼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발견하곤 한다.

한국식 숯불구이 고깃집에 다양한 인종이 모여 한국식으로 고기를 구워 먹거나 한국 마켓에 현지인들이 직접 물건을 사러 오는 모습도 종종 본다. 현지인이 대부분인 이런 곳에서 한국 제품들을 만나고 현지인들이 한국 제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으로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한국 마켓이나 식당들이 현지인들의 인기를 끌게 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물론 현지 마켓과 식당들의 적극적 마케팅과 함께 현지인들의 입소문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미셸 오바마 영부인이 김치를 담근 사진을 공개했다든가 고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좋아했다는 일화, 이 밖에 미 유명 배우들이 한식당을 찾았다는 얘기들도 심심찮게 들린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5월엔 CNN 인터내셔널의 아침뉴스에서 미국에 진출한 모 한식 브랜드들을 소개하면서 "K팝,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위주의 한류 열풍에서 한류가 K푸드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또한 미국에서 크게 히트한 '강남스타일'에 빗대어 "다음 한류 주인공은 비빔밥"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한국식 고기구이집에서 만난 빈센트 곤잘레스(35)는 "한국 친구를 따라 한번 와봤는데 음식이 입에 맞으면서도 푸짐해 이번엔 가족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알게 모르게 한식에 푹 빠진 현지인들도 가끔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선 이미 '한식의 세계화'를 모토로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기에 희소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미국에서는 한식보다는 중식이나 일식이 더 인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종의 중식 패스트푸드점이라 할 수 있는 판다 익스프레스는 1983년 설립된 이후 미국 47개주와 캐나다, 멕시코, 두바이 등에 16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연 매출 2조원대를 자랑한다. 또한 다양한 일식 프랜차이즈 식당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식당들은 미 전역에서 아직까지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 않다.

현대나 기아 등의 자동차, 삼성이나 LG 등 가전 및 휴대폰 등은 많은 미국인들이 잘 알고 선호하는 제품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하면 떠오르는 식당이나 제품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비빔밥이나 불고기, 잡채 등을 넘어 이들의 가정에서 특별메뉴로 자리할 음식들이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일류 요리사들의 방송 나들이가 늘어나면서 인기도 크게 늘어났다고 들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가정, 아니 세계 가정에서 특별한 날 먹는 음식으로 중식이나 일식 대신 한식이 올라갔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한식, K푸드의 세계화가 아닐까 한다.

jhj@fnnews.com 진희정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