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엘리엇에 승소] 합병 정당성 인정 받아… 외국인 표심은 ISS가 좌우할 듯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1 17:20

수정 2015.07.01 21:44

합병 첫 관문 통과한 삼성물산-제일모직… 남은 관문은?
삼성 손 들어준 법원
"총수일가 위한 것 아니야" 엘리엇 주장 안 받아들여
이르면 3일 ISS보고서
지분 26% 보유한 외국인 표심에 직접적 영향 줄듯 합병
타당성 알리는 삼성 바이오 사업 조만간 공개 합병 매력도 높이기 총력

[삼성, 엘리엇에 승소] 합병 정당성 인정 받아… 외국인 표심은 ISS가 좌우할 듯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일단 첫 관문은 무사히 통과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소집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이 1일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합병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이번 법원의 판단을 계기로 합병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매력도 역시 높여 불과 보름 남은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광폭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합병의 정당성' 손 들어줘

이날 법원이 엘리엇이 제기한 주총 금지 가처분 사건을 기각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1차 장애물이 사라지게 됐다. 법원은 삼성물산이 우호지분 확대 차원에서 KCC에 매각한 자사주 931만557주(지분율 5.96%)에 대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론은 오는 17일 전까지 내릴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합병 주총 전에 해외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업체인 ISS(기관투자가서비스)의 보고서라는 2차 관문이 남아 있지만 1차 법적 걸림돌은 제거됐다는 반응이다.


삼성 측의 승소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엘리엇이 합병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한영회계법인의 보고서가 당초 계약과 달리 사용된 것. 한영회계법인이 직접 나서 "당초 우리와 맺었던 계약을 위반한 상태에서 무단으로 제출한 것"이라며 엘리엇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번 법원 결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총수 일가를 위한 것이라는 엘리엇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합병 비율과 시기에 대해서도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회사의 가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주가 역시 시시각각 변동하는 것"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삼성 "당연한 결과"…ISS 관문 남아

삼성물산은 법원 결정 직후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합병이 정당하고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원활하게 합병을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차 관문은 넘었지만 2차 관문이 남아 있다. 이르면 3일 나올 것으로 보이는 ISS 보고서다. 모간스탠리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ISS는 글로벌 상장사들의 주총 안건을 분석, 기관투자가들에 정보를 제공하는 의결권 자문업체로 외국인 표심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된다. 현재 엘리엇 지분 7.12%를 제외한 외국인 보유 삼성물산 지분은 26.49%에 달하는 만큼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중립적 관점에서 투자자의 판단을 돕는 자료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나올 ISS의 보고서는 삼성 또는 엘리엇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투자자의 선택을 위해 합병 내용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바이오 내세워 합병 매력도 높여

삼성 측은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은 가운데 보름 앞으로 다가온 주총 전까지 합병에 대한 타당성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법인의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성을 알려 표심을 확보할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태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이날 수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을 만나 "지금부터 좀 더 투명하게 (바이오) 사업 내용과 전망 등을 공개하려고 생각한다"면서 "당장의 실적보다는 롱텀(장기적 시각)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2공장의 정상 가동은 내년 2·4분기부터지만 2공장을 풀가동할 수 있는 확정된 물량, 즉 계약서에 사인된 물량이 이미 70% 정도"라며 "진행 중인 물량이 훨씬 더 많아 제2공장을 풀가동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자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송도사업장으로 초청, 바이오산업의 청사진을 밝히는 긴급설명회를 열었다.


인천 송도 현장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적 바이오기업인 미국 BMS, 스위스 로슈사와 3건의 공급계약과 5곳 이상의 바이오제약사와 수주협상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며 생산현장을 직접 보여줬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는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자금조달 때문이 아님을 설명했다.
고 대표는 "자금 조달만 놓고 본다면 국내에서도 할 수 있지만 바이오 산업의 메이저 시장인 미국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서다"라며 "미국 나스닥 역사상 헬스케어 분야에서 상장하는 제일 큰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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