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그리스 국가부도] 전격적인 그렉시트땐 ECB 지원 전면 취소.. 은행들 파산 도미노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1 17:44

수정 2015.07.01 17:44

[그리스 국가부도] 전격적인 그렉시트땐 ECB 지원 전면 취소.. 은행들 파산 도미노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이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BBC 등 외신들의 전망은 그리스가 매우 힘든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리스의 협상력은 오는 5일 국민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더 약화되고, 정권교체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민투표, 구제금융 '찬성'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이 원하는 시나리오다. 두차례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많았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26일 여론조사 기관인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47.2%, 반대는 33.0%로 각각 나타났다. 다만 전격적 국민투표 계획 발표(27일 오전 1시) 이전 조사여서 예단하기는 어렵다.


찬성이 결정되면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권은 실각이 불가피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의 조건을 "모욕"이라며 비난하고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시리자가 정권을 유지한다 해도 채권단이 실행의지 등을 불신하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 혼란스러운 그렉시트

유로존 지도부는 국민투표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인지 탈퇴(그렉시트)인지를 묻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조건에 따른 구제금융을 반대한다는 결정이 나오면 이는 그리스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가 아닌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부르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반대 결정 뒤 전격적인 그렉시트가 추진되면 이는 길고도 불확실한 위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충격이 가장 큰 시나리오다.

ECB가 그리스 은행에 대한 지원을 전면 또는 대부분 취소할 테고,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 이용에 상당기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미 침체에 빠진 그리스 경제를 더 깊은 나락으로 몰고 가게 된다. 그리스 일부 은행의 파산 가능성도 높다.

결국 그리스 정부는 자체 통화를 공급하기로 결정하게 되고, 유로보다 가치가 낮을 것이 확실시되는 드라크마 부활이 뒤따르게 된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높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거래 기준화폐가 유로인지 드라크마인지 갈등이 빚어지는 상거래 혼란 등을 유발해 경제를 파탄낼 수 있다.

■'반대'… 협상을 통한 그렉시트

유로존과 협상을 통해 유럽통화공동체(EMU)에서 탈퇴하면 충격은 무질서한 탈퇴에 비해 덜할 것으로 보이지만 드라크마로 갈아탄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유로존 탈퇴는 그러나 EU 회원국 지위 유지에 관한 문제를 일으킨다.

ECB는 2009년 법적인 검토에서 EU 탈퇴 없이는 EMU 탈퇴도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낸 적이 있다. 그렇다고 그리스를 EU에서 쫓아낼 수 있는 규정도 없다. 그리스가 원하는 한 EU 잔류를 막을 방법은 없다. 결국 선택지는 2개가 된다. EU 규정을 바꾸거나 그냥 문제를 덮는 것이다. 규정 변경은 일부 회원국의 경우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뒤따른다.

■주변부, 위기 전염 가능성

그렉시트는 단기적으로 유로존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적 어려움을 언제든 위기로 확대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는 '한번 유로존은 영원한 유로존'이라는 구호가 먹혀들었고, 이 때문에 그리스 위기가 재정이 불안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지로 확산되지 않았지만 그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는 점은 시장을 크게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2012년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경제를 강타했던 것처럼 취약한 국가는 언제든 시장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당시 그리스 위기 전염 우려로 치솟던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 유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거듭 다짐한 뒤에야 하락한 바 있다.


결국 그렉시트가 전례가 되면 안전판은 사라지게 되고, 이들 주변부는 언제든 급격한 차입비용 상승과 경제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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