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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론스타 ISD에 대하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2 17:25

수정 2015.07.02 17:25

[여의나루] 론스타 ISD에 대하여

국내 관심이 온통 메르스에 쏠려 있던 지난 5월과 6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의 1차, 2차 분쟁조정회의가 열렸다.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고 차별적 과세로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으로 46억7900만달러(5조1328억원) 배상을 청구한 내용이다. 결과에 따라서 국가 브랜드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대상국의 법령.정책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국제중재를 통한 배상이 가능하게 한 제도로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중재를 맡고 중재재판부는 소송 당사자가 추천한 각 1명과 양측 합의로 뽑은 위원장으로 구성된다.

2003년 론스타는 약 12억달러(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한다. 그후 부실 원인이었던 하이닉스와 대우건설의 주업종인 반도체, 건설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외환은행의 가치가 크게 오르게 되자 매각을 시도한다.
국민은행과 HSBC와의 인수협상이 불발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은행에 2012년 3조9157억원에 매각하고 막대한 차익을 챙긴다.

그러나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HSBC와의 5조9376억원 규모의 매각승인을 미루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2조원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면서 ISD를 제기했다. HSBC는 세계금융 위기를 맞게 되자 2008년 9월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국내 사법절차가 계속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승인을 미룬 것은 정당한 행정절차였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론스타는 국세청이 외환은행 주식 매각과 자사 소유건물 매각차익에 대한 8500억원대 세금부과는 이중과세 협정위반이라는 것이다. 외환은행을 사고판 회사는 론스타 벨기에 법인이니 한국과 벨기에 사이에 체결한 이중과세 방지 투자보장협정에 위반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국세청은 론스타 벨기에 법인은 서류상 회사인 페이퍼컴퍼니로 실제 영업지역인 한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과세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국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국민들도 론스타 ISD를 보다 냉정한 자세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으로 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제기되었던 ISD에 대한 논쟁이 다시 재연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ISD는 국제법상 투자협정에 포함되는 글로벌한 제도로 외국인 투자 유치와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한 건설업체가 중국이 골프장 건설 승인을 해주고도 충분한 토지를 제공하지 않아 큰 손실을 입게 되자 중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는 2007년 체결된 한.중투자보호협정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론스타 ISD를 계기로 모든 정책을 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국내 규제 정책을 시행할 때 투자분쟁 제소 가능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론스타 ISD 분쟁 판정과 별도로 정부 차원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부터 시작해서 ISD 분쟁 결과까지 포함한 '론스타 징비록'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는 일에 소홀해선 안 된다. 론스타 경우를 다시 면밀히 검토하고 점검해봐야 한다.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많은 ISD가 제기될 것이다. 체계적인 정보관리와 함께 ISD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통상인력.법률전문가풀이 제한적인 현실에서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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