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벤처 1세대 5인방 '벤처자선기업' 첫 성과물 나온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4 17:20

수정 2015.07.14 19:40

한국판 빌 앤 멜린다 재단 C프로그램 전폭적인 지원
내셔널지오그래픽 亞재단 10월 서울서 공식 출범
놀이터·어린이 미술관 등 다음세대 위해 투자 나서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다음 창업자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다음 창업자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재벌 빌게이츠가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었다면 한국에는 벤처 1세대 스타 기업인 5인방이 만든 벤처자선기업 'C프로그램(유한회사)'이 있다.

이른바 국내 IT벤처의 빅5로 불리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다음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뜻을 모아 지난해 5월 설립한 C프로그램의 첫 후원 사례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시아 재단'이 오는 10월 공식 출범한다.

C프로그램의 핵심 키워드는 '다음 세대'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술관 개관, 도시 놀이터 개선과 방과 후 놀이터 조성 등 다음세대를 위해 통크게 투자한다. 벤처 스타 5인방은 철저히 비영리를 추구하면서도 벤처투자자처럼 엄격한 심사를 거쳐 후원 대상을 정한다.

즉 기존에 돈을 뿌리는 형태의 기부를 탈피해 지원 대상의 성장 가능성과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결과물에 관심이 집중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시아 재단 국내 유치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빅5는 분기마다 모여 '다음 세대가 건강하고 창의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곳에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원 대상을 직접 발굴, 투자 규모를 결정한다.

이들 5명은 각각의 프로젝트 단위로 투자금을 공동 출자해 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파트너에 대한 재정적 지원 뿐만 아니라 경영.마케팅과 인적 네트워킹까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첫 성과물로 이달 초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시아지역 총괄재단을 한국에 유치했다. 매년 5000억원에 이르는 기금을 혁신적인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에게 지원하는 이 재단은 당초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을 후보지로 검토했지만, C프로그램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오는 10월 서울에 설립키로 최종 결정했다. C프로그램은 향후 5년 간 총 50억원을 이 재단에 기부할 방침이다.

또 최근에는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손 잡고 서울 중랑구에 놀이터 두 곳을 만들었다. 다음 달에는 서울 강남에 어린이 미술관(헬로우 뮤지엄)도 개관할 예정이다.

C프로그램 엄윤미 대표는 "기금 투자 원칙에 따라 지원 대상을 선정해 이사회에 올리면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의견도 교환하면서 최종 대상을 결정한다"며 "조금씩 성과가 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VC와 공익재단 중간 형태의 '한국형 벤처자선'

C프로그램은 벤처캐피털(VC)과 공익재단의 중간 성격에 가깝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VC의 투자원칙을 따르고 있지만 이익 환수를 지양하고, 부(富)의 사회환원이란 개념의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닮은 꼴이지만 일방적인 후원 형태는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에 스타트업(신생벤처) 정신을 도입,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기금도 후원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에 따라 내부 평가를 거쳐 추가 지원을 결정하고 있다. 실제 C프로그램이 재단 형태가 아닌 유한회사로 설립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상 재단은 설립시 신고한 분야에만 후원할 수 있는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함께 지은 것으로 알려진 기업명 C프로그램에도 창의성(Creativity).도전(Challenge).변화(Change).협동(Collaboration) 등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는 후문이다. 또 C프로그래밍 언어를 출발점으로 창업에 성공한 이사들이 모였다는 의미도 함께 녹아있다.


엄 대표는 "환경.과학.교육.어린이의 놀이 등 다양한 주제로 투자 대상을 결정한 뒤, 이와 관련된 기업이나 단체를 연결해주는 일도 하고자 한다"며 "벤처자선(Venture Philanthropy)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기업.단체.비영리기구를 발굴하고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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