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중국산 반도체 등장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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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이크론에 인수 제안.. 제조강국 프로젝트 가동

중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인수를 제안했다. 가격은 230억달러, 우리 돈 26조원이다. 최근 마이크론 주가에 19%가량 프리미엄을 얹었다. 미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마이크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다. 비메모리 분야에선 인텔이 독보적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대담하게 적진의 한가운데를 찔렀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는 '중국 제조업 202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을 독일·일본에 버금가는 제조업 강국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정보기술(IT)·로봇·우주항공 등 10대 분야를 집중 육성키로 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도 그중 하나다.

칭화유니그룹은 명문 칭화대학이 설립한 회사다. 이 대학엔 특히 이공계에 우수한 인재가 몰린다. 가장 유명한 졸업생은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그는 화학을 공부했다.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국기업을 통째로 사는 것이다. 인수합병(M&A)에 투입할 실탄은 넉넉하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7000억달러 규모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칭화유니그룹은 시 주석의 후원 아래 과감한 전략을 펴고 있다.

당장 벌에라도 쏘인 양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칭화유니그룹의 '입질'은 무위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핵심산업을 방어하는 데 능하다.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지난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정유사 유노칼을 인수하려 하자 의회가 들고 일어났고 결국 협상은 깨졌다. 지난 2008년엔 삼성전자가 샌디스크를 인수하려다 대주주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중국 레노버가 2005년 IBM PC사업부를 인수했지만 누가 봐도 PC는 사양사업이다.

그렇지만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사실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 세계 반도체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소비된다. 어떤 나라가 이런 시장을 온전히 외국에 내주겠는가. 마이크론 인수에 실패한다고 중국이 뜻을 접을 리는 만무하다.

반도체는 오늘의 삼성전자를 키운 일등공신이다. 그 덕에 삼성전자는 부품·완제품을 일괄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SK하이닉스도 한때 애물단지에서 효자 계열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앞으론 차이나 변수가 시장 판도에 격변을 몰고 올 것 같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선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시작됐다. 반도체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 경쟁사들이 자국 내수 물량만 가져가도 큰 타격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2010년 2.5년에서 지난해 1.4년으로 좁혀졌다. 설사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 인수에 실패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