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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입니다] (1) 닭강정 가게 자영업자 "알바생이 더 벌어가기도.."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9 17:26

수정 2015.07.19 21:31

닭강정 가게 운영하는 42세 자영업자

4개월간 쉰 날은 열흘도 안돼… 장사 안돼 알바생이 더 벌어가기도…

그래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영업자입니다

월매출서 재료비 등 빼면 가져가는 돈은 195만원 인건비라도 줄이려고 나이 든 어머님도 일도와

꿈은 큰 가게를 운영하는것 장사 잘되면 기부 늘려야죠




[나는 대한민국 ○○○입니다] (1) 닭강정 가게 자영업자

살기가 갈수록 팍팍하다. 나라 안팎의 경제상황은 제쳐두고라도 당장 먹고살기가 쉽지 않다. 저물가가 걱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장바구니 물가는 그렇지 않다. 이른 퇴직으로 직장을 나와 자영업이라도 할라치면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주변 가게들은 수시로 간판을 바꿔 다는 모습이 눈에 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2~3년씩 취업재수를 해야 간신히 직장을 잡을 수 있다.
문이 좁은 대기업은 아예 꿈꾸기도 쉽지 않다. 직장 내에서 남녀평등이 정착됐다고는 하지만 아이를 둔 '워킹맘'의 출퇴근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느지막이 취업한 직장인은 오십이 넘으면서 퇴직 공포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연금 등 인생의 노후를 보장하는 준비가 철저한 것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에서 노동시간이 최고인 대한민국,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마음은 늘 쫓기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재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주변의 모습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시리즈로 구성했다. <편집자주>
서울 양재동에서 닭강정 가게를 지난 3월 창업, 운영하고 있는 이상준씨(가명·42)는 중소기업 몇 군데를 전전하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큰 결단을 내려 그동안 모아둔 쌈짓돈을 모아 가게를 열었다.

문을 연 지 4개월가량 돼가지만 이씨의 매일매일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의 연속이다. 기존 닭강정 가게를 인수한 데다 전 주인이 쉬는 날이 많아 새로 오픈하고부터는 손님들의 신뢰를 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모처럼 찾아온 손님이 닫힌 가게문을 보고 실망해 돌아가는 것을 자신의 가게에서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4개월간 쉰 날이 열흘이 안된다. 몸은 피곤했다. 그러나 늘 열려있는 가게문을 들어서는 손님을 맞을 때마다 마음은 즐거웠다.

26일간 꼬박 일한 지난 6월 매출은 845만원가량. 여기서 재료비 438만원과 임대료, 공과금 등 기타 지출 212만원을 빼고 난 뒤 이씨가 순수하게 가져간 돈은 195만원 정도다. 이것도 들쭉날쭉하는 '아르바이트생(알바)'을 구하지 못해 한달 내내 어머니와 함께 한 노동의 대가다.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실태조사(2013년)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월평균 매출은 877만원, 영업이익은 187만원이었다. 2년 전 데이터이긴 하지만 이씨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씨는 "자영업은 인건비를 줄여야 순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족끼리 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어떤 날은 '알바'가 나보다 돈을 더 많이 가져가기도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녁 피크타임에만 알바를 썼던 이씨는 시급을 7000원으로 계산해줬다. 4시간 일하면 아예 3만원을 줘 사실상 시급은 7000원이 넘었다. 최근 확정된 올해 최저임금 6030원보다 더 후한 대접을 해준 셈이다.

그는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면) 한 시간 일해서 밥 한 끼 사먹지 못하는 게 사실이었으니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 등에 맞춰) 오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사가 안되고 공과금이라도 오른다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알바를 안 쓸 수도 없는 일. 마냥 어머니에게 기댈 수만도 없고, 길게 생각하면 알바라도 써서 손님들에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무단결근하거나 며칠 일하다 못 나오겠다고 하는 '진상 알바'만 아니면 말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30대에 몇 곳의 직장을 다니다 창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회사를 그만둔 후 사십이 넘어 재취업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정년 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술이 필요했고, 그래서 배운 것이 요리였다. 실업자 재취업 과정을 배우며 한식과 중식 요리사 자격증도 취득했고, 여러 곳의 분식집과 일반음식점에 취업해 현장 경험도 터득했다. 외식업 관련 이론교육도 창업스쿨에서 3개월 동안 받았다.

이씨는 "가게를 열기 위해 강남일대 작은 점포 몇 개를 분석하고 협상에 들어갔지만 권리금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인 소개로 현재의 가게를 급하게 계약했는데 이게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헐값으로 들어왔다는 전 가게 주인에게 2500만원의 권리금을 내줘야 했다. 월세는 직전보다 20만원이나 비싼 80만원으로 올려줬다. 가게 내부수리비가 800만원이나 들었지만 전문시공업체를 쓰지 않아 비용도 낭비한 데다 공사기간도 늦어졌다. 부동산 복비에서도 손해를 봤다. 초보자치곤 수업료가 꽤 비쌌던 셈이다.

"지인이 (창업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가게 100군데 이상을 발품을 팔면서 다녀보라고 한 기억이 났다. 하나에서 열까지 혼자서 다 처리해야 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피곤했고,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은 몸을 지치게 했다. 한달 장사해 두 사람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 현실도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4년 소상공인 경영실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경영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은 실제 경영수지가 나빠졌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판매부진(75%)과 동일업종 경쟁심화(45.4%)가 가장 큰 이유였다.

"2000원짜리 닭강정 하나를 (손님들이) 카드결제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정책적으로 소규모 자영업자를 위해 소액결제 수수료를 낮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연금 비용도 너무 크다. 한달에 200만원 벌어서 9만원 내는 것도 솔직히 부담스럽다."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창업교육도 이론적이고 형식적이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멘토를 정해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2년 정도 지금의 닭강정 집을 운영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큰 가게를 해보는 것이 꿈이다.
음식을 더욱 맛있게 만들고 손님을 친절하게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장사의 신'을 쓴 일본 이자카야의 대부인 우노 다카시 선생처럼 처음 오신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다시 찾아오고, 그 손님이 다른 손님을 모시고 올 수 있는 그런 가게를 만들고 싶다.
"

장사가 좀 더 잘되면 지금 하고 있는 작은 기부를 더욱 늘려보겠노라며 '나눔'까지 생각하는 이씨. 오늘도 그는 손님을 맞기 위해 전날 쌓였던 피곤도 풀지 못한 채 23㎡ 남짓한 조그만 가게를 쓸고 닦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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