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인 사면, 필요한 시점이다

메르스 충격파로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내수진작을 위해 정·재계가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를 부정할 수 없는 우리나라로선 큰 기업들이 '통 크게' 움직여주는 것이 시장에 즉각 반영되는 것도 사실이다.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업들이 각자 방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내로라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에게 내수활성화 계획을 물었다. 돌아온 것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는 난감한 답변이었다. 당연히 경기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충분히 해낼 여력도 있지만 상황이 애매하다는 것.

이 '애매한' 상황은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해 광복절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면서 전과 다르게 사면 대상 범위를 한정하지 않았다.

재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또 미운털이 박힐까'하는 마음에 특히 총수가 사면 대상인 기업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눈치만 보는 입장이다. 기자가 취재한 기업 관계자도 "지금 경기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이런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면 여론이 어떻겠냐"며 "사면받으려고 작업한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통령의 사면 발언에 여당도 힘을 보태고 있지만 야당은 역시 '무전유죄 유전무죄' 논리를 꺼내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지금껏 검토된 바도 없고 언급도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기업 총수는 이미 실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절반 이상을 채우면서 성실하게 법의 심판을 따르고 있기도 하다.

"결혼할 사람을 집에 데리고 왔는데 아버지는 안 계시고 엄마, 삼촌만 계신 상황인 거죠. 그렇다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어디 가있는데 당장 가장(家長)한테 결혼 허락을 받아야 되는데…." 총수가 실형을 살고 있는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리더의 부재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현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러한 가운데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의 주가가 들썩이는 등 시장은 더 빨리 반응하고 있다.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정부로서는 기업인 사면에 대한 정당성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과감한 투자와 생산적인 결정을 위해 리더의 집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업 환경이다. 그래서 결정권자의 빈 자리를 조금 이르게 채워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