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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기업들 줄줄이 M&A 매물로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0 17:27

수정 2015.07.20 22:05

올 신용등급 'BBB-' 이상 46개社 중 40곳 신용강등 후폭풍

은행권 상환압력 고통에 신평사들 리스크 이중고

인수합병 시장 매물 증가 선뜻 사려는 곳 없어 문제




돈맥경화 기업들 줄줄이 M&A 매물로

"하반기 대출을 어떻게 연장해야 할지 막막하다. 회사채는 부정적 관찰대상(watch list)으로 낙인 찍히면서 투자계획은 고사하고, 운영자금 마저 조달하기 어려워졌다."

중견 기업체 한 재무담당 임원 A씨의 얘기다.

기업들이 잇따른 신용강등과 구조조정 등 하반기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유동성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은행권의 상환압력에 신용평가사들의 '리스크' 경고까지 더해지면서 "웃돈을 준다해도 돈 빌리기가 여의치 않다"고 울상이다. 이미 법정관리나 채권단의 워크아웃 기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선뜻 사려는 사람은 없다.


중국경제 불안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우려는 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에 부담되지 않도록 정부와 채권단이 명확한 기준 아래 살릴 기업은 살리고 한계기업은 도려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용등급 연쇄 강등…재무구조 부담 커져

20일 신용평가 업계와 동부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등급 'BBB-' 이상인 46개 기업 중 등급이 오른 곳은 단 6개 기업이었다. 나머지 40곳은 모두 강등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 17곳, 하락 29개사와 대조를 이룬다.

업종별로는 건설사가 가장 많았다. GS건설, KCC건설, 한신공영, 계룡건설산업, 한진중공업 등의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철강업종도 강등 도미노 현상을 보였다. 포스코가 최우수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은 'AA'에서 'A+'로 내려갔다.

그룹별로는 1년 넘게 구조조정을 진행한 동부그룹이 5개로 가장 많았다. 한신평은 'BBB+'급이었던 동부팜한농의 신용등급을 3단계 떨어트려 투기등급(BB+)까지 내렸다. 동부제철, 동부CNI, 동부메탈, 동부건설도 등급이 떨어졌다.

재무부담도 커졌다. 올 1·4분기 어음 부도율은 0.24%(전자결제 조정 전)로, 지난 2001년 4·4분기(0.29%)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STX그룹 구조조정의 여진과 함께 장기간 지속 중인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 경영 사정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 추가 M&A 매물 쏟아지나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 수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은 전년 30.7%에서 31.9%로 상승했다.

실제 인수합병(M&A)시장에는 먹고살기 힘들어진 기업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테스코는 올해 안에 홈플러스 매각을 끝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영국 테스코 본사가 홈플러스 매각에 나선 것은 매각금액만 최소 5조~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코웨이도 M&A시장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코웨이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부인하고 있지만, IB시장에서는 자금 회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웨이의 몸값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KT캐피탈도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J.C.Flowers & Co. LLC(JC 플라워)로 주인이 바뀔 예정이다.

자구안을 108.3% 초과 달성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을 3대 축으로 그룹을 재정비 할 것으로 보여 M&A매물이 시장에 나올 개연성이 있다. 특히 원샷 법이라고 불리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이 만들어지면 M&A매물도 급증할 전망이다.

문제는 선뜻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포스코의 동부제철 계열사 인수과정에서 보듯 대기업조차 여유가 없다.

실제 대우로지스틱스 지분 85%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최대주주 '블루오션기업재무안정제1호사모펀드(이하 블루오션 PEF)'와 매각주간사 CIMB증권은 당초 6월 예정된 본입찰을 8월 이후 진행키로 했다. SBI저축은행은 내부적으로 HK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값받기도 힘들어졌다. 동부익스프레스는 매각가격이 최대 1조원이 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인수후보들은 7000억~8000억원 이상 돈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살려야겠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은 도려내야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난다"며 "국가경제에 부담이 안되도록 정부와 채권단이 과감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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