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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100세시대, 평생학습체계 강화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3 16:55

수정 2015.07.23 16:55

[여의나루] 100세시대, 평생학습체계 강화해야

일전에 친구가 카톡으로 의미 있는 글을 보내 왔다. 95세의 노인이 외국어 공부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그분은 30년 전 65세에 은퇴했는데 당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하니 주위 사람들이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는데 무리하지 말고 여생은 편히 보내시지요"하며 만류해 적당히 취미생활을 하면서 소일했다. 특별한 계획 없이 그날그날 지나다 보니 30년이 되었다. 그래서 지난 30년을 아쉽게 생각하며 이제라도 무엇을 해야 겠다고 생각돼 외국어 공부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20~30년 전에는 대부분이 61세 환갑잔치를 했다.
당시에는 평균수명이 짧아 60세 정도 살면 대충 인생을 마감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 평균수명도 여자 85세, 남자 78세로 대부분이 80세 이상 살고 건강한 사람은 90세 이상까지 사는 시대가 됐다. 일전에 70년대 철학 명강의로 이름을 떨치던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김 교수는 1920년생으로 금년 96세다.

이처럼 평균수명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으나 우리의 직장은 수명 연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50대 전반부터 퇴직하기 시작해 대부분 60세 전후에 퇴직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퇴직 후에도 20~30년을 더 살게 된다.

은퇴 후 이와 같은 긴 기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직장에서 은퇴한 것이지 인생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 준비 없이 제2의 인생을 맞이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골프, 여행 등 취미생활로 소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은 준비 없이 음식점 등을 창업했다가 망해 빈곤층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제 100세시대를 맞아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좀 더 짜임새 있게 맞도록 해야 한다. 은퇴 후 기간을 어영부영 지내는 것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최근 65세 이상 인구가 600만명을 넘어서고 2026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1000만명이 될 전망이다. 이들 노령인구가 보람 있고 생산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려서는 대부분이 초·중·고를 거쳐 대학을 다닌다. 20대 이전에 배운 지식으로 30여년 지탱한다. 50대가 넘으면 그 지식이 고갈될 때도 된다. 30여년간 과학기술, 사회구조 등 모든 분야가 엄청나게 변화한다.

은퇴 후 20~30년 제2의 인생을 활력있게 살려면 본격적인 재충전 교육이 필요하다. 저성장 극복을 위해서도 노령세대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현재 추세대로 가면 2020년에 경제성장률은 2% 수준, 2030년은 1% 수준으로 떨어진다.

현재 방송통신대학, 사이버대학 등에 많은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강좌들이 젊은이들 위주로 진행되어 노령세대가 학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지자체들이 많은 강좌를 개설하고 있으나 교양·취미 수준에 머물러 내용 면에서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노후세대가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맞춤형 평생교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 기간과 교과과정을 노령세대 수요에 맞추어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교육 내용도 취미 수준을 탈피해 노령세대가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어릴 때 모든 사람이 초등학교에 가듯 은퇴하면 재충전 교육을 받는 것이 관행화 돼야 한다. 기업도 은퇴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령세대 교육은 100세시대의 핵심적인 정책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
체계적인 평생학습으로 보람 있는 노후, 활기찬 사회를 기대한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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