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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銀 비리 제보자 해고.. 법원 "무효" 판결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6 16:50

수정 2015.07.26 16:50

조직 투명성 개선 요청, 실명 제보에 근거 명확

NH농협은행이 회사 내부 비리를 경영진에 제보한 직원을 해고하는 등 보복행위를 한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확인됐다.

■회사비리 제보 후 사측 압박

26일 법조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2011년 농협은행의 여신심사단장으로 근무한 이모씨는 기존에 대출이 있던 R리조트에 대한 추가 대출 건과 관련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여신규정상 담보물 담보비율을 과다하게 적용한 특혜성 대출이린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씨를 제외한 여신심의회 위원들의 찬성으로 추가대출은 실행됐고 이씨는 7개월 뒤 다른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R리조트 추가대출건에 반대한 것 때문에 보복인사를 당했다고 여긴 이씨는 대표이사에게 개인 이메일을 보내면서 인사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이씨는 '농협은행 모 팀장이 특정 사업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3억원을 받았다'는 내용도 함께 제보했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자 이씨는 노조 위원장 등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내비리를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사측에 대한 협상카드로 사용하라'며 경영진의 배임 및 분식회계 등 의혹도 제보했다.

그러던 중 2012년 9월 모 주간지에 'R리조트 추가대출 부실 의혹'과 관련한 기사가 보도됐고 회사는 이씨를 제보자로 지목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씨의 업무용 컴퓨터와 팩스를 압수한 것은 물론, 표적감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인감사에도 이씨의 잘못을 찾아내지 못하자 회사는 '언론에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백하지 않은 사실을 적시한 이메일을 보냈다'며 이씨를 해고했다.

■제보 조사 안해… "해고 부당"

이씨는 "최고 경영층이 내부비리를 제보한 데 대한 보복차원에서 해고한 것"이라며 은행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이씨가 대표이사에게 보낸 문서는 조직의 투명성 개선을 위해 금품수수 건 등의 비리를 해결에 줄 것을 요청한 것에 불과하다"며 "내부 비리에 관한 제보가 명백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징계를 내린다면 회사의 자정기능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이 비리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다소 사실과 다른 점이 있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실명으로 한 제보여서 조직운영에 혼란을 주기 위한 익명제보와는 구별돼야 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특히 "사업명과 금품수수 의심자 이름, 액수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만큼 제보가 허황되거나 터무니없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은행이 제보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해 설명해줄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언론보도 직후에야 이씨 컴퓨터를 압수수색하고 뒤늦게 비리제보 행위들을 문제삼아 해고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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