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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정책의 이율배반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9 16:50

수정 2015.07.29 16:50

[차장칼럼] 정책의 이율배반

정부가 최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다. 대책의 골자는 대출을 받은 가계가 처음부터 빚을 갚아나갈 수 있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를 우려,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말 당시 1040조원이던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올해 3월 말 현재 1099조원까지 늘었다. 9개월 새 무려 59조원이 증가했다. 이 같은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는 국민들이 집을 사면서 진 빚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한 것은 다름아닌 정부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부동산시장을 가리켜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있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그후 얼마되지 않아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됐다. 국민들이 더 많은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도록 선심을 쓴 것이다.

기자는 2000년부터 2006년 사이 건설·부동산업계를 담당하며 부동산 시장의 광풍을 현장에서 몸소 체험했다.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노무현·이명박정부가 내놓은 수많은 대책도 지켜봤다. 기자의 얕은 지식으론 부동산값이 과하게 오르거나, 반대로 크게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 정책을 비웃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가 절실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부동산이다. 부동산값 상승→가계 소득 증가→소비 확대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했던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는가.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됐다고 정부는 자평하고 있다. 대내외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유독 부동산시장만 뜨거워졌으니 그럴법도 하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떴다방이 생기고, 집값 상승과 맞물려 전셋값은 더욱 치솟고 있다. 이게 정상화라면 할 말이 없다. 전세를 살던 사람도 2년마다 벅찬 전세금을 올려주지 못해 아예 매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기자가 경험한 2000년대 초반의 부동산 광풍은 아니더라도 뜨거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1년 전만 해도 은행에서 돈을 더 많이 빌려가라고 부추겼던 정부가 이젠 대출을 갚으라고 난리다. 전세 살다 무리해 집을 샀던 사람은 대출 상환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처지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 와중에 정부는 8월부터 다시 LTV·DTI 완화 조치를 1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가관이다.

정부는 이번주 청년고용대책도 내놨다. 100만명이 훌쩍 넘는 취업애로계층,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실업률 등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청년고용시장을 살려보겠다는 뜻에서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 중 하나가 대학 정원조정과 학과개편이다. 대학서 배우는 것과 기업 현장에서의 괴리가 크니 이를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YS정부 시절 무분별하게 대학을 승인해주고,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대학 정원이 많은 기현상을 만든 것 역시 정부다. 전 정부가 한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 이것 역시 할말이 없다.
1970~80년대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며 산아제한정책을 폈던 대한민국 정부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저출산과 고령화를 걱정해야 하는 모순에 빠져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bada@fnnews.com 김승호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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