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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기후변화,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2 17:27

수정 2015.08.02 17:27

[차관칼럼] 기후변화,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올여름이 심상치 않다. 최악의 가뭄으로 소양강댐의 수몰지역이 드러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폭염으로 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럽은 2003년 10여만명이 사망한 폭염이 올여름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선 가뭄과 폭염 같은 극한기후 발생과 이로 인한 피해를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적시했다.

제레미 리프킨이 그의 저서 '제3차 산업혁명'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100년 안에 70%의 동식물이 사라지는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진단한 이후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태회칙을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멈춘다 하더라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는 수십 년 이상 대기 중에 머물면서 기후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미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후변화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폭염 등으로 인한 피해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2001년 이후 10년마다 0.5도 상승하는 등 세계 평균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이 위협요인이다. 또한 기후변화는 대기오염 악화나 전염병 증가를 일으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먼저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 온도가 상승해 에어로졸과 오존 발생이 증가한다. 대기 중 높은 오존 농도는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모기나 진드기 같은 전염병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전염병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열대지방에서 주로 발생하는 말라리아도 우리나라의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환자가 17.7% 증가하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열대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회피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진국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대응역량이 부족한 개도국이 더 큰 피해를 본다.

같은 국가 안에서도 가족 없이 혼자 생활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재해위험지구 거주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더 크게 노출된다. 기후변화 적응정책이 환경정의와 사회복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지역별 기후변화 취약성 지도를 제작하고 작년부터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연구 등 체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26개 기초지자체별로 지역실정에 맞는 기후변화적응대책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 지역보건소 등도 취약계층 분포와 특성에 맞게 지정.운영하고 관리도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에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방안을 융합시킨다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지역사회 스스로 피해를 빠르게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의 목적이 기후변화로 인한 인적.물질적 피해 최소화에 있다는 점에서 취약계층의 기후변화 적응력 강화야말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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