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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왕자와 공주 강민우-심현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3 16:44

수정 2015.08.03 22:19

그 남자에겐 도전 그 여자에겐 시작
깜짝 발탁된 샛별들, 각오 다부져.. 강민우 "내가 최고다, 최면 걸어요" 심현희 "잠 안자는 공주역 위해 체력 키워요"

사진=김범석 기자
사진=김범석 기자

발레 한류의 중심에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솔리스트 강민우(26)가 있다. 지난 2010년 UBC의 일본 공연에서 현지 발레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80㎝의 키에 눈에 띄는 외모, 탄탄한 실력까지 겸비해 '발레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드미솔리스트 심현희(23)는 UBC 입단도 전에 주역으로 데뷔한 실력자다. 국내 발레단들이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매년 선보이는 '호두까기 인형'은 신인 등용문으로 꼽히는데, 지난해 입단을 앞두고 이 작품의 주인공 클라라 역으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오는 14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이하 잠미녀)에서 이 둘이 주역 데지레 왕자와 오로라 공주로 호흡을 맞춘다.
깜짝 캐스팅이다. 강민우는 처음 발표했던 캐스팅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가 공연을 3주 앞두고 발탁됐다. 수석무용수 엄재용의 2회 공연 중 1회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심현희는 입단 전 주역 데뷔를 했지만 입단한 지 갓 1년이 넘은 단원이, 그것도 드미 솔리스트로서 정규 프로그램 무대에 서게 됐다. 주역은 솔리스트 이상 등급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둘은 주역 다섯 커플 가운데 가장 '젊은 피'답게 등장부터 시끌벅적 화기애애였다. 강민우와 심현희가 UBC 입단 전에 알고 지낼 일은 없었다. 강민우는 선화예술학교 졸업 후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 장학생으로 갔고 심현희는 일반 중학교를 다니다가 선화예술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다녔다. "그래도 현희는 저에 대해 알고 있었을 걸요."(강민우) "맞아요. 전설이었죠. 하하"(심현희) 농담을 던지고 받는 자연스러움이 친남매를 능가했다. 그러다 금세 진지해져서는 "이번 무대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강민우는 이번 작품이 "도전"이라고 했다. '멀티플리시티'나 '그램머피의 지젤' 등 그간 활약한 작품들이 대부분 고전발레가 아닌 네오클래식이나 모던발레였다. "발레에서 가장 전형적인 왕자 역할이 오히려 처음이에요. 지금까지는 거의 캐릭터가 뚜렷한 역할이라 표현이 자유로웠어요. 힘도 더 들어가야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해요. 좀더 위엄있고 왕자다운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래서 처음 발레단에 입단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는 중이다. "당시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포즈, 느낌, 자세, 다 '이상하다'는 말이었어요. 내가 왜 이런 소리만 들어야 하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죠. 칭찬 들으려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 때의 오기로 연습하고 있어요."

심현희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다. '호두까기 인형'으로 화려하게 입단하고 올해 드미솔리스트로 승급하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발목 인대가 말썽이었다. "부상 때문에 쉬다가 8개월만에 서는 무대에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호기심 많고 생기발랄하다가 애처롭고 서글픈 감정선도 표현해야 하는 역동적인 캐릭터에요. 극 전체를 이끌어갈 힘이 필요하죠."

특히 '잠미녀'는 발레리나들 사이에서 '공주는 대체 언제 잠이 드냐'는 푸념이 나올 만큼 난이도 높은 테크닉과 강한 체력을 요한다. "퇴장이 거의 없어요. 기본기를 요하는 테크닉이 꾸준히 연결돼서 숨쉬기 힘들 정도에요."

부담이 많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는 않는다. 둘다 천성이 긍정적이다. "설령 제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내가 최고다, 잘 할 수 있다, 최면을 걸어요."(강민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체력을 유지하려고 요즘 고기를 많이 먹어요. 하하."(심현희)

'뚝심'도 있다. 사실 둘은 컴플렉스를 극복하려고 시작한 발레가 꿈이 됐다.
저체중에 잔병 치레가 많았던 강민우는 축구, 야구, 수영, 태권도 등 안 해본 운동이 없다. "수영을 하면 물 속에서 벌벌 떨고 태권도를 하면 대련을 하다가 울고. 가장 잘 맞았던 게 발레였어요." 심현희는 안짱다리를 고치려고 6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의 기본이 턴아웃이잖아요. 제가 발레리나가 된 건 기적이죠. 무엇이든 노력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앞날이 창창한 두 '샛별'의 목표는 수석무용수가 되는 것도, 스타 무용수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꾸준히, 묵묵히 하고 싶어요. 승급은 때가되면 하게 되겠죠. 그보다 많은 작품을 경험하고 연륜이 쌓여서 감동을 주는 발레리나가 되고싶어요."(심현희) "많은 사람들의 장점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춤이든 인성이든, 다른 장르의 예술가도요. 그런 것들이 모여서 사람들이 제 춤을 봤을 때 '강민우 아니면 못하는' 동작이나 표현력을 찾아가는 중이에요."(강민우)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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