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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독단·폐쇄 경영이 자초한 롯데의 위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3 17:01

수정 2015.08.03 17:01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발단 의사결정 독점구조도 문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립구도에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갈등이 더해지며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폭로전과 비방전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 과정에서 롯데 일가의 추악한 속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롯데의 기업 이미지는 추락했다. 매출 83조원, 임직원 10만여명을 둔 재계 5위의 대기업이 이런 식으로 경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롯데 분란의 원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총수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독단적, 폐쇄적 의사결정구조가 지목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 주식의 0.05%만을 보유하고 있다. 신씨 일가 보유주식을 합쳐도 지분율은 2.41%에 불과하다. 대신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일본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가 있다. 그런데 이들 회사는 비상장사라 지분 구조와 주주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또한 롯데 계열사 대부분이 복잡다단한 순환출자 구조로 얽혀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만한 상황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 음성녹음, 동영상을 언론에 잇따라 공개함에 따라 롯데그룹의 전근대적인 경영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손가락으로 신동빈 회장 등을 가리키며 해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한국에서도 서명을 담은 지시서를 통해 신 회장 등 3명을 해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이사 해임은 상법상 이사회를 통해야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그런 절차를 무시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거대 기업의 경영이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 한 사람의 뜻에 따라 바뀌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건강과 경영능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재벌총수가 94세에 이르도록 승계구도를 명확히 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2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에 임명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신 회장은 이미 4년 반 전에 한국롯데 회장에 취임했다. 이 때문에 연로한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총기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파다했다. 판단력이 흐려진 총수의 결정을 후계자들이 수긍할 리가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실상이 드러나며 롯데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식품, 유통, 관광 등 소비재 업종과 서비스업을 주로 하는 롯데로선 여론 악화에 따른 타격이 유난히 클 수밖에 없다.


롯데의 경영권 싸움은 주총에 이어 소송전으로까지 번져 장기화될 전망이다. 그 경우 누가 이기든 씻기 어려운 상처만 남을 뿐이다.
롯데 일가는 하루빨리 수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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