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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랜드 슬램 이뤘으니 슈퍼 커리어 그랜드 슬램도 해야죠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3 22:21

수정 2015.08.03 22:21

꿈을 이룬 박인비, 더 큰 꿈을 말하다.. "남은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도 좋은 성적 내겠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 이뤘으니 슈퍼 커리어 그랜드 슬램도 해야죠

"올해 세워 놓은 목표가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이었는데 꿈같이 오늘 이루게 돼 너무너무 기분이 좋네요."

코스에서는 전혀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포커 페이스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사상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직후 박인비(27·KB금융그룹)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의 말대로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방증이었다. 박인비는 2013년 '그랜드슬램'의 꿈을 접어야 했던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3수 끝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짜맞추는 데 성공했다.

2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코스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는 2개로 줄이고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잡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스코어는 12언더파 276타였다.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한 고진영(20.넵스)을 3타차 2위로 제친 역전 드라마였다.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약 5억2000만원)를 획득했다.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LPGA투어 20개 대회 가운데 12승을 합작했다. 역대 한 시즌 한국 국적 선수가 합작한 최다승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이었다. 박인비는 13번홀(파4)까지 선두 고진영에게 3타 차로 뒤져 있어 올해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14번홀(파5)에서 7m 가량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고 고진영이 13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서면서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가장 어렵다는 16번홀(파4)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승기를 잡았다. 반면 고진영은 같은 홀에서 통한의 더블보기를 범해 3타차 리드를 빼앗기면서 사실상 추격 의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박인비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2, 3번홀 연속 버디를 잡았을 때는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았지만 4, 5번홀 연속 보기를 하고 나서는 '올해도 어려워 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래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렀더니 이후 버디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7번홀부터 10번홀까지 4개홀에 잡은 연속 버디가 우승의 디딤돌이 됐다.

그는 이어 "에비앙 챔피언십을 우승해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지만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루려면 이 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올해 남은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른바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에 앞서 박인비는 오는 7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을 위해 귀국길에 오른다.

박인비의 우승 원동력은 사랑, 인내와 긍정의 힘이 가져다 준 결과다. 그는 "스스로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행복이 찾아왔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기나긴 슬럼프를 겪었다. 골프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족의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물론 지금의 남편인 남기협씨를 스윙 코치로 만난 것은 일생일대의 가장 큰 행운이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거기에 항상 '할 수 있다'고 마음 먹은 긍정의 힘이 더해졌다.
'골프 여제' 박인비는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다.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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