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제2의 롯데사태 막자] (中) 한국형 지배구조 모범사례를 찾아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5 17:43

수정 2015.08.06 11:12

'고희' 구자경 회장의 퇴임 결단, LG를 한국의 지배구조 롤모델로 만들었다
굴지의 기업 일으킨 두명의 기업인, 말년의 뒷모습은 너무 달랐다… 한명은 한국에서 가장 깔끔한 경영승계를 보여줬고, 한명은 자식간 '골육상쟁'을 낳았다.

1995년 경영승계 나선 LG
"21세기엔 젊은 사람이 이끌라" 구자경 회장 70세에 공식퇴임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물려준뒤 경영 간섭 일절 안해

미로같던 지배구조 끊어 일찌감치 지배구조 개선 나서 순환출자 고리 끊고 지주사 재편 오너 독단 없는 기업 만들어

한국형 지배구조의 모범 SK·GS그룹 지배구조 개선때 LG의 지주사 전환 롤모델 삼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롯데에 몸담고 있지만 우리 회사 계열사에 대한 정확한 출자구조를 파악하기 힘들다. 얽히고설킨 지배구조 속에 임직원이 느끼는 롯데에 대한 피로감은 상당하다. 과연 누구를 위한 회사인지 나 스스로 되물을 때가 많다."(롯데 계열사 임직원 A씨)
국내 재계 순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롯데그룹이 업계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신씨 일가 내 집안싸움이 끊이지 않으면서 롯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무관심도 아닌 '비호감'으로 바뀌고 있다.
롯데에 종사하는 임직원조차도 자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오너 일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제(신동주-신동빈) 간, 부자(신격호-신동빈) 간 갈등이 볼썽사나운 모습으로까지 연출되면서 재벌그룹에 대한 '황제경영'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400개가 넘는 순환 출자고리로 만들어진 롯데그룹을 두고 업계에선 "가장 비밀스럽고 수상한 조직"이라고 꼬집는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선 한국에 걸맞은 지배구조에 대한 모범으로 'LG그룹'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LG그룹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던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지난 2003년 LG그룹은 업계 최초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일찌감치 안정적 지배구조를 구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신격호 현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말년을 비교하며 "그룹의 수장이 나아가야 할 길과 지양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재계 스스로 다시 생각해볼 만한 때"라고 평하고 있다.

■한국형 지배구조 롤모델 'LG'

지난 1995년 2월 당시 LG그룹 회장이던 구자경 현 명예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통해 "다가올 21세기 LG가 세계 초우량기업이 되기 위해선 이제부턴 젊고 의욕적인 사람이 그룹을 맡아서 이끌어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퇴임의사를 밝혔다. 당시 구 회장의 나이는 만 70세였다.

구 회장은 장남인 구본무 현 LG그룹 회장이 50세가 되자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아들의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이어 LG그룹은 일찍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국내 대기업 가운데 제일 먼저 '투명 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LG그룹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고,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자회사 간의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해왔다. 출자부문과 사업부문을 명확하게 분리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눈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체질개선을 이어왔다. 그 결과 LG그룹에선 오너 단독으로 이행되는 독단 결정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얘기다.

'자율과 책임'이라는 LG만의 기업문화가 내부적으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LG 최고경영진은 철저하게 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에 책임을 지고 사업을 자율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기업 문화를 실천해 왔다.

[제2의 롯데사태 막자] (中) 한국형 지배구조 모범사례를 찾아라



롯데그룹은 얽히고설킨 총 416개(4월 기준)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400여개사가 소유-지배 관계로 서로 물고물린 형국이다. 반면 LG그룹은 지난 2003년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LG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통해 전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체제가 '답'

LG그룹은 국내 그룹들 중 지주회사 전환의 롤모델로 손꼽힌다. LG그룹의 지주 전환 성공사례는 SK그룹, GS그룹 등에 모범사례로 참고될 정도였다.

당시 LG그룹은 제일 먼저 화학부문 지주회사인 LGCI와 전자부문 지주회사인 LGEI를 합병해 통합지주회사인 LG를 출범시켰다. LG그룹 49개 계열사 중 LG전자, LG화학, LG산전 등 34개 계열사가 지주회사인 LG에 편입됐다. 그 결과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전자를 중심으로 화학, 통신 등 3대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도 "LG 역시 지금의 롯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복잡한 지분구조를 띠고 있었다"면서도 "다른 점은 그룹의 장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주사로 전환을 결정, 대주주들과 한뜻으로 지분을 모으거나 현물을 출자하면서 핵심 기업에 대한 지분을 높이고 구와 허로 이뤄진 창업가문의 주식을 양분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는 물론 정·재계를 막론하고 재벌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끊이지 않자 이들 기업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 간 지분이 물고물리는 순환출자 고리에선 총수 일가가 단 몇 %에 불과한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황제경영'을 일삼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롯데그룹 신씨 일가 역시 복잡한 미로 구조의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통해 전체 지분의 2.41% 지분을 갖고, 한국롯데그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정부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선 금지했지만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인정해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롯데사태를 계기로 한국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LG그룹과 같은 지주사로의 전환이 절실하고, 기존 순환출자도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기준 총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선 한국 재벌그룹들의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 기존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SK그룹도 지주회사 전환 후 SK C&C와 SK로 연결되는 지분관계로 발생하는 옥상옥 형식의 지배구조를 정리한 바 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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