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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진핑의 화룡점정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7 16:57

수정 2015.08.07 16:57

[월드리포트] 시진핑의 화룡점정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에 벼슬을 지내고 낙향해 그림만 그리던 장승요에게 어느 날 안락사라는 절에서 절 벽면에 용을 그려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장승요는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용 그림을 완성했지만 용의 눈을 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에게 이유를 묻자 "눈을 그리면 용이 승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믿지 않았다. 이에 장승요가 용에 눈을 그려 넣자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은 중요한 일의 마지막 마무리를 할 때 화룡점정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중국 기관이나 기업의 개업식, 결혼식 등 중요한 행사에 가보면 빠지지 않는 게 중국 전통의 사자춤이다.


중국의 사자춤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대에 와서는 중요한 행사를 알리는 오락적인 성격이 강하다. 특히 개업식 때 사자머리 가면에 눈을 그려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화룡점정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베이징 하계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 앞 광장에 모인 시민 1000여명은 오는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이 알려지자 환호했다. 베이징과 동계올림픽을 공동 개최하는 허베이성 장자커우시도 시민 수천명이 얼싸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은 13억 중국 대륙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특히 동계올림픽 유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008년 국가 부주석으로 있을 때 하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데 이어 자신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동계올림픽까지 열리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2013년 3월 국가 주석으로 공식 취임했기 때문에 전례에 비춰보면 2023년 연초까지가 본인의 임기인 셈이다. 시 주석의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기 때문에 '화룡점정'을 찍고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내부적으로 반부패 정책을 통한 공직사회 개혁을 비롯해 산업구조조정, 금융개혁 등 각종 개혁 조치를 추진해 왔으며 대외적으로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미국 등의 반대에도 세계 57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아울러 군사·외교 면에서도 미국과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힘쓰면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외교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오는 9월 3일 열리는 70주년 전승기념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이날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중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 주석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당장 지난달 증시 폭락 사태로 중국의 '신창타이'(뉴노멀·중고속성장)와 개혁작업들이 발목이 잡힌 상태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14% 하락해 월간 기준으로 2009년 8월 이후 6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당국이 이 기간 증시 부양을 위해 약 1440억달러(약 167조8000억원)를 투입했다고 발표했으나 증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주요 지표들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올해 성장률 목표(7.0%)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시 주석도 최근 중난하이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현재 중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잘 운용되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일부 뚜렷한 모순과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해 위기감을 드러냈다. 대외적으로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다.
시 주석이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2020년 1인당 국민소득 6000달러의 '샤오캉(小康·중산층)' 사회 건설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해 '화룡점정'을 찍고 물러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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