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제2의 롯데사태를 막자] (下) 전문가 4인 지상대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9 17:24

수정 2015.08.09 21:48

총수일가 지분 적다보니 경영권 장악 위해 무리수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경영능력 검증이 필수 지주사 한국형 모델 만들어 유도할 필요는 없어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연구팀장 지주사체제도 장단점 있어 지분 20%로 자회사 편입 허점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연구팀장 지주사체제도 장단점 있어 지분 20%로 자회사 편입 허점


이성구 파이낸셜뉴스 소비자경제연구소장 경영권 승계 갈수록 어렵지만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어
이성구 파이낸셜뉴스 소비자경제연구소장 경영권 승계 갈수록 어렵지만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어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 후계자 지분확보 위한 편법에 기업 신뢰성·국가경쟁력 저하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 후계자 지분확보 위한 편법에 기업 신뢰성·국가경쟁력 저하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73개 그룹이 2~4세 경영 참여 경영권 승계는 앞으로도 화두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73개 그룹이 2~4세 경영 참여 경영권 승계는 앞으로도 화두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서 반(反)롯데 움직임까지 나오는 등 그룹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 오너 일가 간의 '막장' 폭로전으로 인해 그룹 계열사의 주가까지 급락하면서 재계 5위 그룹인 롯데가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재계사를 보면 경영권 분쟁은 롯데만의 일은 아니다. 일부를 제외한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다툼은 해당 기업의 손실뿐만 아니라 직원 사기저하, 대외 이미지 훼손, 국부 손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왜 이 같은 경영권 다툼이 국내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근절되지 않는지, 또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인지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봤다.
이번 지상대담에는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연구팀장, 이성구 파이낸셜뉴스 소비자경제연구소장,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등이 참여했다.

―경영권 대물림과 관련돼 파생되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송민경 팀장=최근 몇 년간 지배구조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다수가 오너와 관련이 있다. 경영 실패 때문에 기업집단이 사라지기도 하고 대규모 부실투자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영 승계 과정에서 적절치 않은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동반하는지, 손실을 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성구 소장=상속세 문제, 기업 성장과정에서의 외부자본 조달에 따른 지분감소 등으로 경영권 대물림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대물림이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므로 경영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다.

▲권오인 팀장=국내 재벌은 대부분 1인 지배체제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소수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지배를 하고, 오너 경영 자질이나 이런 부분을 고려하기보다 편법을 동원한 총수 일가 지분 상승을 통한 편법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총수 일가 있는 재벌은 모두 똑같은 걸로 보고 있다.

▲박주근 대표=73개 그룹이 창업주로부터 2세에서 4세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경영권을 승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경영권 승계가 핵심 화두이므로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여지가 많다.

[제2의 롯데사태를 막자] (下) 전문가 4인 지상대담


―기업들의 경영분쟁이 국부 손실로 이어진다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송=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데 헤지펀드의 공격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면만 지나치게 강조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심스레 든다. 헤지펀드는 아무 회사나 공격하는 게 아니라 기업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되는 회사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서 회사 가치를 정상화시키고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줘야만 자본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개방화된 경제에서 우리만 외국자본 유입을 제한할 수는 없다. 오히려 문제는 국내 주식시장의 불완전성으로 국내투자자들보다 외국투자자들이 더 고급정보를 접하고 경영권 분쟁 예상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국부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권=부당 합병이나 꼼수를 통한 대물림 경영이 이뤄지다 보니 기업 신뢰성이 저하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든지, 투자금을 뺀다든지 할 위험이 있다. 이는 주식시장 자체도 리스크가 생기는 문제다. 국내 기업이 신뢰성 저하되면 국제 경쟁과 윤리적 부분에 치명상을 입어 실적에 대해서도 반영될 수 있다. 또 재벌 그룹의 여러 문제 중 금산분리 문제가 있다. 산업자본이 금융과 복합으로 이뤄지다 보니 산업자본이 부실해지면 향후 그룹 전체 부실로 이어지는 등 국가경쟁력 손실 위험성도 있다.

▲박=경영권 승계 문제가 직접적인 국부손실과 연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리스크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으로 주주가치의 침해, 그리고 이러한 취약점을 파고드는 외국자본의 공격이 결국에는 국부의 손실로 볼 수 있다.

―경영권 세습과정에서 온갖 탈법 꼼수가 동원되기도 한다.

▲송=초창기에는 최대주주 지분이 높을 수 있지만 2, 3세로 넘어가다 보면 기업집단의 규모도 커지고 경영권을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후계자들이 전문경영인으로 커가면서 성과를 보여주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으면 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 재벌은 고속승진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줄 시간이 없다. 이 때문에 주식을 보유해서 회사를 장악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온다.

▲이=경영권을 유지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이나 추가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것은 이해가 된다. 문제는 제도가 불필요하게 복잡하면서도 구멍이 많은 데 있으며, 순환출자는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

▲권=그룹의 소유.지배 구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를 초점으로 봐야 한다. 재벌가가 현 총수에서 다음 1인을 위해 무리하게 승계작업을 하다 보니 다음 후계자에 대해 편법이나 꼼수, 어떤 때는 불법까지 동원해 후계자에 대한 지분을 상승시켜주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박=창업세대에 비해 기업의 규모가 너무 방대하고 거대해져 있다. 물려줘야 할 부가 비대해져 세금부담도 커졌다. 부담을 피하고 경영권을 세습하려고 하다 보니 다양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적법한 퇴로를 만들어 주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가령 부는 개인의 문제이니 세습하되 경영권은 분리하는 문제라든지.

―재벌은 지분만 소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소유와 경영분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는 뭔가.

▲송=오너 경영이 좋으냐, 전문경영인 체제가 좋으냐 하는 것은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소유경영자가 되건 전문경영자가 되건 성과만 보여주면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는 시스템만 잘 갖춰지면 문제가 없다. 성과를 못 보여주고 경영승계를 하기 때문에 문제 제기가 지속된다는 생각이다. 소유와 경영 분리가 제대로 안되는 것은 주주가 이사회를 선임하고 이사회가 다시 CEO를 선임, 승계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게 문제다.

▲이=주주는 경영을 감시하고 최고의 경영자를 뽑아 주가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이익인데, 경영권이 갖는 프리미엄이 크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에게 맡기지 못하고 직접 경영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경영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사회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권=현재 우리나라 재벌 지분 지배구조 자체를 보면 소유.경영 분리보다는 총수 일가가 계속 소수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해 왔기 때문이다. 재벌가는 이에 대해 개선 의지가 적은 것으로 느껴진다. 관리.감독 역할이 있는 정부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설치해야 하는데, 정책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기본적으로 기업은 개인의 것이라는 생각이 원인이다. 기업을 성장, 발전시키는 것은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공동작품이다. 두번째는 가진 부만큼의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보다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다.

―지주사가 한국형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송=지주회사 자체가 장단점이 있다.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순환출자를 없애고 수직구조로 만들어서 소유와 지분 구조를 투명하게, 지배구조는 확실하게 만드는 데 유용한 제도라는 생각은 있다. 상장사 기준 20%만 가지고 있어도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있는 것은 문제다. 다른 80% 주주들과 이해충돌 없이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멀쩡한 회사를 인적분할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특정 계열사의 이해관계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이=지주회사 내에선 경영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기업은 여러 가지 지배 모델 중 효율성의 관점에서 최선의 지배구조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지 특별히 지주회사를 한국형 기업지배 모델로 만들어 유도할 필요는 없다.

▲권=지주사 전체가 완벽한 모델이라는 법은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일부 지주회사 제도가 가지고 있는 점이 보완되면 출자구조가 명쾌해지고 수직적으로 정리될 수 있다. 기존과 같이 소수 지분만으로 그룹을 장악하는 구조는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 책임성이 커지게 되는 제도다.

▲박=지주회사 체제도 여러 지배구조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다. 어떤 지배구조이든지 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맞다. 이번 롯데 사태도 지배구조의 순환출자구조가 원인이 아니라 경영과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원인이다.

―일본은 회장을 전문경영인이 맡는 경우가 많다.

▲송=소유구조로 보면 분산형보다는 집중된 구조가 많다. 지배주주가 있는 케이스가 보편적이다. 다만 대를 이어서 승계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분이 분산되면서 전문경영인 비중이 커질 것이다. 특정 가문에서 최고경영진이 계속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승계 절차가 엄격하고 기준과 절차가 있다. 사실상 전문경영인 뽑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과정을 거쳐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경영승계 구도를 만든다. 누가 되느냐보다는 승계 절차가 얼마나 엄격하게 지켜지는지가 중요하다.

▲이=선진국의 경우 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다가 기업가치 훼손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대주주 자신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대주주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는 능력이 검증되거나, 성장보다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권=일본도 과거 재벌그룹 체제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 문제점으로 붕괴가 된 상황이고 지배구조가 소유와 경영으로 분리된 체제로 가고 있다. 또 미국은 국가에서 엄격하게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나 총수 일가의 지배 자체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와 같이 소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현상이 적다.

▲박=해당 기업을 누가 가장 잘 이끌 것인가가 문제의 본질이다.
예를 들어 도요타도 현재 아키오 회장이 창업주의 4세대손이다. 그 이전의 회장은 조 후지오 전문경영인이었다.
어떤 경로와 시험을 거쳐서 그룹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는가 하는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

정리=rainman@fnnews.com 김경수 안승현 이병훈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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