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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계로 뻗어가는 K-웹툰.. 경쟁력 갖추려면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9 17:38

수정 2015.08.09 21:58

웹툰시장, 해외진출 늘어도 아직 '未生'
콘텐츠 축적 등 질적성장 이뤄야 '完生'
포털사 해외진출 늘지만 국내산업 콘텐츠 축적 등 웹툰 생태계 구축 필요
헐값 계약 사례 늘면서 원작자 보상문제 과제 불법유통 대응도 시급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웹툰이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렸던 '미생'의 주인공 오과장(위 사진)과 장그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웹툰이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렸던 '미생'의 주인공 오과장(위 사진)과 장그래.


#. 지난해 tvN을 통해 방영된 윤태호 원작의 '미생'은 케이블방송으로는 이례적으로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했고 20부작으로 이뤄진 미생 전회 광고는 6회 만에 완판됐다. 2012년 발간된 '미생' 단행본은 드라마 방영 후 두달간 100만부가 추가로 판매되며 총 220만부라는 판매고를 올렸다. 단행본 1권의 정가는 1만1000원, 총 판매액만 242억원에 달한다. 인터넷TV(IPTV)를 통해 팔린 드라마 주문형비디오(VOD) 매출만 15억원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유료로 전환된 원작 웹툰의 조회수는 11억뷰에 달한다. 현재 '미생' 웹툰은 10회 묶음에 1000원을 받는다. 전 회를 보는 데 드는 비용은 1만4000원이다. '미생'에 접속한 사람 중 10%가 1000원을 결제했다고 가정해도 1000억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웹툰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작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지만 이 콘텐츠의 2차 활용, 원소스멀티유스(OSMU)의 부가가치 잠재력이 거대하기 때문이다.

웹툰이 향후 3년 내 8000억원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OSMU를 통한 추가 수입 창출뿐 아니라,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K-웹툰, 새로운 한류 만든다

포털사이트들은 이미 해외시장 진출에 발 빠르게 나섰다. 다음 웹툰은 지난해 1월 북미 웹툰 포털인 타파스미디어와 전략적 제휴를 하고 '늑대처럼 울어라'(이세형), '트레이스2'(고영훈), '수의 계절'(이준), '1호선'(이은재), '아메리칸 유령잭'(한지혜.안정은) 등 5편을 미국시장에 선보였다.

올해 4월에는 중국의 대표 콘텐츠 플랫폼 4곳을 통해 14억 중국 현지 독자들에게 다음 웹툰 40여편을 소개했다. 현재 '큐큐닷컴'에 연재 중인 작가 장작의 '0.0Mhz'는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며 좋은 받응을 얻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 웹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영어, 중국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5개 언어로 웹툰을 번역하고 있으며 각 문화권이 좋아할 만한 장르를 선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오픈한 영어, 중국어, 태국어는 이미 350여편의 웹툰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5월에는 인도네시아 독자들을 위해 번역된 23편의 웹툰을 제공 중이다.

작가들이 직접 나서 해외시장을 개척한 사례도 있다. '미생' 작가 윤태호 등 작가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투니온'이 대표적이다.

투니온은 글로벌 웹툰 서비스 회사 롤링스토리를 설립하고 지난 1일부터 미국 뉴스사이트인 허핑턴포스트에 한국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 '이끼'(윤태호), '트레이스'(고영훈), '러브메이커'(정종수), '아만자'(김보통), '아귀'(조덕제) 등 5편이다.

롤링스토리 권복기 대표는 "아직 시작 단계라 반응이 어떤지 판단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일주일쯤 지난 현재 웹툰 한편당 1000단위 정도의 조회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질적 성장이 시급하다

성장 초기단계인 만큼 거품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웹툰 플랫폼이 급속도로 늘어났을 뿐 웹툰의 질적 성장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 없이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복기 대표는 "국내 웹툰 산업의 질을 높이려면 창의성이 높은 콘텐츠가 축적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능력 있는 작가들을 양성하고 국내 웹툰 생태계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작자에 대한 가치보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웹툰 원작에 대한 판권료는 최저 5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에 그친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미생'이 OSMU로 큰 수익을 냈어도 원작자가 얻은 수입은 단행본이 팔린 데 따른 인세 정도"라며 "원작자가 2차 콘텐츠 활용에 투자해 러닝개런티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경우 헐값에 계약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아직도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해외 진출 역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웹툰의 불법 유통으로 인한 손해가 많지만 기업이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웹툰을 맘대로 복제해 자국의 언어로 번역해 불법유통하는 사례가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며 "개별 기업이 일일이 사례마다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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