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담당 기관 모여있어 선사들 업무처리에 유용"
지난해 9월 부산에 문을 연 해양금융종합센터(MFC)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설립돼 도리어 은행직원들과 선박업계가 비효율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들어선 이 센터는 선박, 해양플랜트, 해운, 기자재 등 포괄적인 해양금융 지원을 위해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KDB산업은행의 협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각 기관이 같은 공간만 공유할 뿐, 영업이나 실적은 따로 이뤄지고 있어 겉보기에만 하나로 묶여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해양금융센터의 선박금융실적은 기관별로 나뉘어 집계됐다.
같은 기간 무역보험공사 지원실적은 2조1692억원으로 목표액인 5조1000억원의 42.5%를 채웠다. 올 하반기 탱커와 컨테이너 위주로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올 들어 6월까지 1조6000억원의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은 사실상 센터의 것이라기보다는 각 금융기관의 해양금융 실적으로 분류되고 있다. 각 기관 관계자들은 이 센터를 통합된 또 다른 별개의 조직이 아닌 각 은행 내의 한 본부가 부산에 파견돼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설명이다. 한 기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만 센터에 모여있을 뿐"이라며 "이곳에서 여신이 이뤄져도 해양금융종합센터 이름으로 여신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 해당 기관 이름의 여신으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업무만 다른 지역에서 이뤄진다는 것으로, 이로 인한 비효율이 상당하다고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부산에 파견된 직원들이 본사와의 업무협의를 위해 매번 서울에 회의하러 오가는 등 상황이 세종시 공무원과 다를 바 없다"며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본사에서 이뤄지고 센터에서 이뤄지는 것은 실무적인 일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금융기관 관계자도 "해양금융 관련 부서만 분리돼 부산에서 업무를 할 뿐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기존과 같은 일을 하는데 위치만 떨어져 있어 업무적으로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며 "우리뿐 아니라 조선업체도 재무부서가 서울에 위치해 있던 곳이 많았는데 센터 설립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부산으로 따라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통합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센터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해양금융허브를 만들겠다는 구호하에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한곳에서 각 금융기관끼리 따로 일을 하고 있어 별다른 시너지효과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관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급하게 만들었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정부가 해양.선박금융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7개월 만에 각 금융기관들이 부산으로 이전했다.
이와 관련, 해양금융센터는 "해양금융을 담당하는 3개 금융기관이 한꺼번에 모여있어 선사 등 바이어들이 한번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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