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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마트폰 산업, 전략 재점검 시급]"문제는 서비스"...스마트폰은 하드웨어가 아니다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0 15:44

수정 2015.08.10 15:44

세계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으로 일제히 '혁신'을 꼽는다. 그러나 단순히 하드웨어의 성능을 높이는 것은 이제 혁신의 축에도 못 든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 ·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가 결합하면 상거래 도구로, 핀테크가 결합하면 금융도구로 변신하면서,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만능 서비스 창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의 축소를 이겨낼 수 있는 대안으로 다른 비지니스를 엮을 수 있는 다양한 컨버져스형 사업모델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즉 근본적인 스마트폰 '사업모델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조사들, '사용자 가치' 혁신 추구
10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의 혁신은 소비자들이 진보를 체감하기 힘든만큼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형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빠른 연산속도와 멀티 코어 프로세서, 고화소 카메라 등 기존의 정형화된 하드웨어 혁신으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원대 고가 스마트폰 보다 30만~40만원대 중저가폰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개발도상국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자기만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더이상 첨단 하드웨어 기능을 사는데 자갑을 열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사들도 일제히 이같은 소비자들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사용자 가치'에 중점을 두고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측면의 혁신을 추구하고 나섰다. 디자인과 음질, 사용성 등에 집중해 소비자들의 만족도 등을 높이는 방향으로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박진영 상무는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향후 플래그십 모델에 엣지와 같은 하드웨어 혁신을 지속할 계획이다. 하이엔드 모델에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측면에서 소비자에 가치를 줄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G전자 정도현 사장(CFO)역시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하드웨어 경쟁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강화하고 경쟁사들이 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폼팩터(설계)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고 IR을 통해 전했다
양사 모두 '사용자 가치'를 중점에 두고 다양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지만 승패의 관건은 혁신의 가치에 대해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올초 LG전자는 혁신적인 플렉서블 디자인의 G플렉스2를 선보이며 "왜 플렉서블 스마트폰"인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설득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던 것이 한 예다.

■근본적인 사업모델의 혁신이 필요
그러나 보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을 허브로 비지니스간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하는 컨버져스형 '사업모델의 혁신'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드웨어를 중심에 놓고 가치를 높이는 접근방식으로는 근본적 혁신이 어렵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정형화된 하드웨어 로드맵을 벗어난 새로운 혁신 기술로 사용자의 지불가치를 지속하려는 시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릴 만큼 빠른 속도로 변신에 성공하는 샤오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샤오미는 스스로 스마트폰 업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샤오미의 가전, 생활용품, 등을 연결해 스마트홈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가전과 생활용품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공기청정기부터 시작해 정수기, 체중계, 운동화 등 상상 이상의 다양한 제품을 싼값에 내놓으면서 사물인터넷(IoT)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샤오미의 전략은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사용하는 기기들과 스마트폰을 연동해 샤오미의 IoT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샤오미가 저가의 스마트폰으로 판매량 늘리기에 집중하는 것 역시 사물인터넷의 허브를 확장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형화된 하드웨어 혁신을 넘어 사용자 가치를 추구하며, 나아가 사업모델의 혁신까지 시도하려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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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배은준 연구원은 "상식처럼 굳어진 게임 룰을 벗어나 시장과 사용자가치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 시장선도 기회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가적 의사결정, 새로운 사용자 가치를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새롭게 전개될 '스마트폰 3.0' 시대 승자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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