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보이스피싱 예방'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실효성 논란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2 18:07

수정 2015.08.12 20:17

발신지 표시 등 위반땐 과태료 3000만원 부과
발신번호 변조 대처 못해 4개월간 제재 1건도 없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올 4월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개정 법률이 발효 4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전기통신사업자들은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발신번호 변작(變作·변조)방지' 규정을 '기술적 한계' '범죄 기술의 발달' 등을 이유로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 실효 논란…번호변작 버젓이

1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경찰청, 업계 등에 따르면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발신지 변작 전화번호의 발신차단 조치' '국외에서 국내로 발신되는 전화에 대한 국외발신 표시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지만 시행 4개월 동안 단 1건의 제재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에서 001이나 002 등 국제전화망을 통해 국내로 전화할 경우 모바일은 국제전화 표시와 음성안내가, 유선전화의 경우 국제전화 번호가 표시된다.

유선전화에도 음성안내할 수 있도록 SKT, LGU+, KT 등의 전기통신사업자들은 검토 중이다.
문제는 해외 인터넷망을 통해 국내로 발신되는 전화다.

중국이나 태국, 필리핀 등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여전히 인터넷망을 이용한 전화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국내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을 사칭한 발신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버젓이 인터넷망을 통한 전화로 발신지 변작 전화번호를 사용하는데다 이들이 사용하는 전화번호에는 '국제전화' 등 해외 발신 표시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등록된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의 대표 및 주요 전화번호는 인터넷망을 통해 해외에서 국내로 발신이 돼도 차단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사용하는 변작 전화번호는 대표 및 주요 전화번호 뿐 아니라 해당 부서 및 직원 개인별 전화번호까지 이용해 차단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법은 개정돼 시행되고 있지만 법 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는 셈이다.

■ 정부 "지켜 봐달라"

미래부 관계자는 "개정 법률이 시행 초기인만큼 더 지켜 봐달라"며 "현재 발신지 변작 전화번호를 차단하려는 조치를 하고 있고 전기통신사업자들도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신지 변작 전화번호를 100% 차단하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인터넷망이 1~2개 정도면 발신지 변작 전화번호를 차단할 수 있지만 현재 수많은 인터넷 망이 운용돼 모든 망 차단은 힘든 실정"이라며 "업계로서는 시스템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범죄 조직이 새 시스템을 회피, 또는 우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 관련법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해외 발신표시가 시행됐을 때 보이스피싱 범죄가 50%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발신지 변작 전화번호 차단 뿐 아니라 인터넷망에 연결된 전화에도 해외 발신지가 표시되면 보이스피싱 범죄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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