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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담화 이후 동북아 신 외교전] (1) 박대통령 실리외교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7 17:37

수정 2015.08.17 22:52

과거사·경제 분리 '투트랙 對日 외교'.. 위안부 해결 관건
박대통령, 日 비판 자제
9월 방중 10월 방미 때 균형외교로 활로 모색 외교력 총동원 필요성도

[아베담화 이후 동북아 신 외교전] (1) 박대통령 실리외교 시험대

아베담화 이후 냉각기류에 빠진 한·일 관계를 복원하고 동북아 외교 무대에서 우리 정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동원한 외교술이 요구된다.

올해 한·일 관계에서 최대 변수로 여겨졌던 아베담화가 '어정쩡한' 사죄를 전한 채 마무리됐고, 이것이 향후 양국 관계에 동력이 돼 줄 것이란 기대는 물 건너간 분위기다.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각종 외교 일정이 예고돼 있지만 하반기 동북아 외교 무대에서 한국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은 사실상 넓지 않다. 이에 하반기에는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 동북아 외교전에서 소외된 우리 정부의 분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 역할 급부상…투트랙 기조 활용

한국은 하반기 정상외교를 통해 아베담화 이후의 한·일 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무엇보다 지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형성된 양국 대화 모멘텀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9월 초 중국 항일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식과 오는 10월 16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방미 및 한·미 정상회담 등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굵직굵직한 외교 이벤트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역할론이 특히 중요하게 부상하는 모양새다. 물론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중국 전승절과 관련해서는 미·중 관계, 한·일 관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 때 우리 대통령의 참석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 등을 감안하면 참석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독일 등 국제사회가 아베담화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은 가운데 미국 백악관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영토 문제 등을 두고 패권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입장은 동북아 외교 방정식의 셈법을 더욱 고차원적으로 만드는 변수다.

다만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를 아베담화와 별도로 끌고 가겠다는 인상을 남긴 만큼 앞으로 두 나라 관계가 어떤 식으로 변모할지는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아베담화를 비난하기보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에게 앞으로의 행동과 실천을 주문, 양국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는 과거사 문제와 경제 문제 등을 분명하게 나눠 투트랙 기조로 끌고 가겠다는 후반기 국정운영 의지로 읽힌다. 앞서 언급한 중국 전승절 기념식,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 등을 통해서도 한·일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정부차원 적극적 활로 모색 필요

외교가에서는 역사 문제를 경제 문제 등과 분리해 대응하는 실용주의 외교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기다리는 외교'를 멈추고 '적극 찾아가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더욱 전략적인 움직임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하반기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박 대통령의 방미를 활용한 한·미 동맹 강화, 이 같은 노력이 연내 한·일 혹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으로 연결되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3국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으며, 연내 개최에 대해서도 이미 상당한 정도의 공감대를 이룬 상태로 알려졌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개입할 때 더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는 한국의 외교역량과 중요성, 유용성을 확실히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일 사이의 최대 현안이자 국내 여론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방안을 찾아 나설 필요성이 대두된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움직이기보다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고, 이를 일본 측이 얼마나 이행하느냐에 맞춰 우리가 대응해 온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두고 일본은 '지겹게도' 외면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만큼 일본 측에 공을 넘긴 상황에서는 해결이 요원하다.


현재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는 47명이다. 평균연령 89세인 이들은 일본 정부에 진정한 사죄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 다시 경색된 남북관계 역시 동북아 외교전에서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주변국, 궁극적으로 대일본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당위성이 될 수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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