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인터넷銀 손잡은 금융사-ICT '주도권 다툼' 시작되나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8 17:27

수정 2015.08.18 21:58

초기자본 1조 넘게 필요 금융사 책임질 몫 커졌는데 지분율은 10%로 제한 정부의 초기 목표대로 ICT가 주도 가능할지 의문
은산분리 완화처리 불투명 중견 ICT는 일단 관망

인터넷銀 손잡은 금융사-ICT '주도권 다툼' 시작되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은행, 증권사 간 연대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추진 과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초기 자본투자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막대한 유동성과 시스템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금융사가 ICT기업과 주도권 싸움을 지속적으로 벌일 수 있어서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제한을 50%까지 허용하는 은산분리 완화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불투명하고, 무엇보다 은행의 노하우 없이 ICT기업 주도 아래 차별화된 인터넷은행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동성.주도권 이슈 산적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다음카카오.KB국민은행 컨소시엄 구성 이후 KT.교보생명 컨소시엄, 인터파크.SK텔레콤 컨소시엄 구성이 속도를 내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놓고 경쟁 구도가 가시화됐다.

ICT 기업 주도 아래 인터넷은행을 설립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목표지만 설립 이후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인터넷은행 설립 초기에 투입될 자금만 1조5000억원으로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보유규모가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교보생명이기에 감당할 수 있는 유동성 규모지만 다른 컨소시엄이 이 같은 규모의 유동성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아울러 보안을 비롯한 각종 시스템 구축에 은행의 참여가 절대적이기에 컨소시엄을 ICT기업 위주로 끌고 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 측면에서 은행들의 시스템을 국내 ICT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어 은행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시스템 외에도 막대한 유동성으로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 인터넷은행을 ICT기업 주도 아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컨소시엄 내 주도권 싸움으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시스템과 유동성 측면에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책임져야 하는 몫은 많지만 현재의 10% 수준의 지분에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컨소시엄에서 최대주주를 맡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교보생명 또한 향후 지분을 50%까지 끌어올리려는 다음카카오, KT와 지분 다툼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사업을 진행할 때 유동성 우위에 있는 금융자본이 컨소시엄 지분을 늘릴 경우 ICT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며 "당국에선 ICT기업에 우위를 주려고 하지만 그런 우위를 점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견 ICT기업 관망세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위한 3개의 컨소시엄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다수 ICT기업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상호출자제한 법인을 제외한 비금융 사업자의 인터넷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은행법이 국회에서 처리될지 여부도 불확실하고 지분도 적은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무리하게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말에 2곳 정도의 시범사업자가 선정되는 만큼 이들의 사업 추진 과정을 살펴본 뒤 나중에 참여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하는 ICT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의사를 밝혔던 미래에셋증권이 해당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선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당장 수익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검토했던 ICT업계 관계자는 "여러 여건상 KT나 다음카카오, 인터파크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에 대해선 크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환전과 송금, 대출 등에서 이들이 얼마나 인터넷은행 사업을 차별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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