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67) “자신을 '쓰레기'라 부르는 아이들에게 작은 빛이 되고싶다”

자신을 '쓰레기'라 부르는 아이들에게 작은 빛이 되고싶다

갈 길 잃은 아이들
교과서를 덮어버린 아이들이 있다. 교실에선 어느 순간 투명인간이 되어버린다. 이런 아이들이 전국에 6만명이 넘는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도 2만5천명이다. 이 아이들은 결국 거리로 내몰리고 만다.

대안 교실이란
서울에는 76개의 대안교실이 있다. 1213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학업보다 치유가 먼저다. 마음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기계발을 하기도 한다. 또 쪽방촌을 찾아 도배를 하고 연탄을 배달하며 성취감을 배운다.

교사로서의 양심
일반 교실에서의 교사들은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없어도 될 놈'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그랬던 교사들이 대안교실에선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진심으로 호소하면 알아준다. 어느 순간 소통하면 아이들도 교사도 외롭지 않다.

세현고 대안교실 학생들이 봉사 활동으로 저소득가정에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어느 순간 교과서를 덮어버린 아이들이 있다. 수업시간에 수업에 집중하기 보다 교과서에 낙서하고 몰래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엎드려 있거나 친구들과 잡담으로 수업 분위기를 흐트린다. 심지어는 사춘기 혈기에 '센 척'하며 교권에 도전하기도 한다.이른바 학교 부적응 학생, 학업 중단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교에서 6만568명(학업 중단 학생), 이 중 고교 부적응 학업 중단학생은 2만5016명 규모다. 학교 부적응은 결국 학교 이탈로 이어진다. 실제로 고교 중단자의 83%가 교교 부적응 학업 중단 학생이다.

■'찐찌버거'…갈 곳 잃은 아이들

현직 교사들에게 듣는 학교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맞닥뜨리는 주입식 교육과 대입을 향한 '레이스'는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세운다. 이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밀려난 아이들은 학교 속에서 '투명 인간'이 된다. 뒤쳐짐이 거듭될수록 한글은 깨우쳤지만 수업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는 '수업 문맹'으로 도태된다. 모르는 언어들의 홍수 속에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거나 딴 짓을 하는 것 외에는 없게 된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교사들에게도 부담이다. 가능하면 모든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현실속에서 한참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 스스로를 '찐찌버거'(찐따 찌질이 버러지 거지), 극단적으로는 '쓰레기'로 부르면서 음주, 화장, 불량 서클 등의 활동에서 안식을 찾는다.

서울지역의 한 교사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떠들면 안되니까 자는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고 암묵적으로 '없으면 좋을 애들'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된다"며 "그 속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학교 밖에서 풀고, 결국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공부에서 손을 놓은 순간 아이들에게 남은 건 거리의 '어른 흉내내기' 놀이 밖에 없다"며 "교사들도 경험과 시간의 한계로 많은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손을 잡아주기 힘들다. 눈앞에서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생각에 괴롭다"고 털어놨다.

대안교실은 이같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습 중단 위기를 맞은 학생들을 위해 마련했다. 학교에서 이탈하는 아이들을 맞춤형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한 포용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지역 대안교실 운영 교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세현고 김융희 교사는 "치열한 경쟁 속에 발전을 거듭해온 우리 사회는 아래를 보는 눈이 약하다. 교실에서도 수업을 못 따라가는 아이들을 제도적으로 버려온 것이 사실"이라며 "대안교실은 이런 아이들과 학교가 같이 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대안교실 76곳

교육당국은 학교내 대안교실을 2013년 시범운영한 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2013년 11개교에서 2014년 33개교, 올해 76개교에서 늘었고 현재 1213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당 1000만~2000만원 이내에서 활동을 지원한다.

대안교실은 크게 전일제와 부분제로 나뉜다. 전일제는 한 반을 따로 만들어 정규교과시간 전부를 대안교육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것이고 부분제는 정규교과시간 중 오전이나 오후 등 일부 시간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안교실 담당 교사는 학교별로 자원을 받거나 지정할 수 있으며 대안교실 전담 교과교원의 수업을 대체하는 시간강사도 활용할 수 있다.

대안교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시교육청은 공공기관, 평생교육시설, 직업훈련기관, 산업체, 문화예술기관 등과 연계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리스타·제과제빵·농기계·지게차 자격반 등 진로·직업 중점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아발견 프로그램·개인상담·심리검사·원예치료·독서치료·미술치료·분노조절·감정코칭 등 지쳐있는 마음을 다스려 정신적 회복을 유도하는 치유 중점의 프로그램도 있다.

또 텃밭가꾸기 등의 농사체험, 문화예술체험·봉사활동 등 체험 중점 프로그램과 수준별 맞춤 교육활동, 스포츠·예술·인문학 등 자기계발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대안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들도 '21세기 교실 상록수'가 되겠다는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학생을 위해 한 반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해 1박 2일 여행을 떠나고, 가출한 아이를 찾아 근방의 고시원을 일일이 뒤지기도 한다.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을 찾아 데리고 오고 밥 굶는 애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오는 등 엄마 이상의 역할을 하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에 최선을 다한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학부모와 함께 놀러가 게임이나 퀴즈 등의 놀이 활동을 통해 아이와 부모의 소통을 돕기도 한다.

종암중의 조광희 교사는 휴일만 되면 대안교실 학생들과 산을 찾는다. 조 교사는 '너희도 할 수 있다' '대학은 나와야 한다' 등의 말은 일체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냥 놀아라'고 권한다. 그는 "밑으로 보는 눈 없이 위로만 보는 '엘리트적 가치관'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많이 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피해의식이 없어지면 무엇을 하겠다는 동기와 목적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아이들에게는 학습보다 치유가 먼저라는 말이다.

세현고 김융희 교사의 경우 봉사활동을 주로 한다. 쪽방촌 도배, 연탄배달, 농촌봉사활동 등을 통해 사회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경험을 쌓아간다. 김 교사는 "도배의 경우 어떤 때는 8시간씩 걸리는 중노동이다. 그런데 이걸 애들이 팀을 이뤄서 완성해보면 성취감과 '함께 한다'는 경험을 갖게 된다"며 "나도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언남중의 대안교실인 '기지개 교실' 학생들이 '내 생애 최고의 해' 프로젝트에서 바다를 찾아 모래에 담당 교사인 '유숙현 샘 감사해요'라고 썼다.

■학교폭력 줄고 이탈학생 돌아와

올해로 3년차를 맞은 대안교실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대안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도 아직까지는 소수인데다, 필요성은 공감하나 학교내·외 분위기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전일제와 부분제 체계도 장단점이 나뉜다. 학급 단위 활동이 가능한 전일제는 동일한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함으로써 학생 지도가 상대적으로 쉽고, 부분제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일제는 교육과정 편성이 어렵고, 부분제는 수업시간의 불규칙, 원래 학급과의 이질감 형성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한 반에 이른바 '문제아'들을 모으면 일탈 등 부정적인 영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학교가 대입이라는 '성과'에서 벗어나 '치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대안교실의 뚜렷한 성과를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운영 학교에서 학교 폭력 사건이 줄고 부적응 학생들이 학교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서울 종암중의 경우 학교 폭력 사건이 크게 줄었고 퇴학생이 지난해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전의 법동중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20여명에게 집중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흡연 학생들이 금연에 성공하고 학교를 자주 나오지 않았던 학생도 상담받는 날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는 변화를 보였다.

대안교실 교사로 활동 중인 한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욕도 많이 듣고, 최악의 경우 맞을 각오도 했다. 처음 관계 형성이 가장 힘들다. 그런데 어떤 요령보다는 진심으로 호소를 하면 통한다. 아이들이 알아준다"며 "사실 교사들도 학생들 앞에 외로웠다.
단절됐던 서로가 대안교실을 통해 소통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에게 대안교실 참여 이유를 묻자 '교사로서의 양심의 가책'으로 답했다. 교사로서의 20~30년을 뒤돌아보면, 그간 공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출석 외에는 신경쓰지를 못했다고. 항상 마음속에 남아있던 앙금이 대안교실 활동으로 많이 희석돼 오히려 고맙다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