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아베담화 이후 동북아 신 외교전] (4·끝) 전문가에게 듣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0 17:36

수정 2015.08.20 17:36

"아베담화에 구애받지 말고 새 틀에서 한일관계 개선 나서야"
신각수 전 주일대사..국제 무대서 유연성 필요 미·일동맹·中 내부문제 등 동북아 정세 흐름 읽어야
신각수 전 주일대사..국제 무대서 유연성 필요 미·일동맹·中 내부문제 등 동북아 정세 흐름 읽어야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 아베담화, 긍정 평가해야 역사문제 등 원칙 지키되 경제 분야선 실용 외교를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 아베담화, 긍정 평가해야 역사문제 등 원칙 지키되 경제 분야선 실용 외교를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 한·일 회담 가능성 모색 위안부 해법논의 이뤄져야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 한·일 회담 가능성 모색 위안부 해법논의 이뤄져야


봉영식 아산정책硏 위원.. 한국은 고립 외교보다 대화·협력이 합리적 자국 이익실현 선택을
봉영식 아산정책硏 위원.. 한국은 고립 외교보다 대화·협력이 합리적 자국 이익실현 선택을


대다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발표한 전후 70주년 담화(아베담화)가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고 평가하면서도 한·일 두 나라는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 관계는 그 자체를 목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한국 외교의 더 높은 상위목표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이 동북아 지역에서 벌이는 외교전의 이면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특히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중·일 관계 개선 분위기, 미·일 동맹 강화 움직임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갖는 발언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고,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함께 개최하는 것이 현재로서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한·일 대화모드 이어가야

전문가들은 아베담화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과거 정부의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이 담겨있고 식민지배, 침략, 사죄, 반성 등 4가지 키워드가 포함돼 있는 만큼 용인은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는 "무라야마담화처럼 간명하고 직설적으로 역사인식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형식으로 표현했다. 무라야마담화의 선명성보다 후퇴한 내용"이라면서 "다만 4가지 키워드가 모두 포함됐고,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아베담화에 대해) 원래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다"면서도 "새로운 틀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는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베담화와 관계 없이 한·일 두 나라는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데는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앞서 지난 6월 한·일 양국 정상은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에 교차참석하면서 대화 기대감을 높여놓은 바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 양국은 회복 기조로 가야 한다. 아베는 일본 정치 스펙트럼상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라면서 "아베담화 하나에 구애받기 시작하면 우리가 우리를 옭아매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대화 창구를 열어야 한다"면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그 안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좋다. 단 한·일이 만나기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법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그 문제는 일본 측이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한·일 대화에 대해 "역사 문제나 독도에 대해서는 원칙을 굽히지 말고 단호한 대응을 하면서 상호이익이 되는 안보나 경제 분야에서는 실용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분리대응 기조를 계속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동북아 정세 면밀히 읽을 필요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최근 중·일, 미·중의 관계 변화, 특히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중 간 패권 경쟁 등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변화가 동북아 외교무대에서 한국이 갖는 발언권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1945~1951년 사이 영토 문제와 과거사,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냉전체제를 지났고 새로운 국제정세가 조성됐다"면서 "1945~1951년의 부정적인 유산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인데, 미·중·일 3국은 각각 정상회담을 통해 동북아 체제를 관리하려 한다. 최근 미·일 동맹도 진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원칙에만 입각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전 대사는 "중국이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공세적인 외교를 하고 있고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굉장히 필요하며, 일본도 그걸 잘 알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우 최근 위안화 가치절하나 주식시장 혼란, 반부패 드라이브 등 내부 문제도 간단치 않다. 그런 것들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잘 읽어 한국이 동북아 무대에서 어떻게 변화에 대처할지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조 교수는 "한국은 대외정책을 동아시아라는 더욱 큰 범위에서 생각하고, 동아시아에서 평화롭고 안정된 질서가 유지되도록 관심을 키우고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며 "동아시아에서 유사한 고민을 가진 국가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외교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봉 선임연구위원은 "(미·중·일을 상대로) 한국을 바이패스(bypass·우회하는)하는 외교보다는 한국을 통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쓰도록 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고립시키거나 건너뛰기보다 한국과 대화·협력하는 것이 자국 이익 실현에 더 합리적 선택이란 신뢰를 (상대국에)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정상균 김병용 김용훈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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