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금이 최근엔 50% 정도 나왔다. 뚜렷한 이유도 없다. 원청이 공정 관리를 잘못하거나 설계변경에 따라 공기가 지연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협력업체로 떠넘기고 있다." (B협력사 임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조단위의 손실을 입고 있는 가운데 협력업체에도 불똥이 튀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소 협력사들은 기성금 축소와 지연 지급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성금은 원청인 조선사들이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하도급대금으로, 투입된 인원과 작업시간 등을 계산해 매월단위로 협력업체에 지급한다. 협력업체는 이 돈으로 직원들의 임금지급은 물론 필요한 비용을 충당한다.
최근들어 대부분의 협력사들이 평소 때 보다 적게는 20%, 많게는 50% 가까이 삭감된 기성금을 받아 직원들의 임금을 전액 지급하지 못하거나 4대 보험료가 연체되는 곳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금 지급이 차질을 빚는 곳 대부분 해양플랜트와 관련이 있는 해양사업부다. 해양플랜트의 공정지연 등으로 대우조선해양은 2·4분기 3조원·삼성중공업은 1조원·현대중공업은 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대규모 손실 속에 이들 조선소는 사업 축소와 예산을 줄이고 있다.
울산에서는 원청업체로부터 삭감된 기성금을 감당하지 못해 48개 하청업체가 폐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뿐 아니라 조선업 도시인 거제도 역시 공사 진척이 더디다는 이유로 기성금 등에 대한 지급이 적거나 지불이 보류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통상 80% 기성금이 나와야 하는데 최근엔 50% 정도 나왔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4대 보험도 내지 못하는 등 경영압박이 심각하다"면서 "원청이 공정 관리를 잘못하거나 설계변경을 하는 바람에 공기가 지연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원청업체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은 "계약된 공정의 실적(공정률)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거제 지역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기성 집행을 보류하는 등 전형적인 갑의 횡포를 보이고 있다"라며 "대금 지불을 미룬 탓에 회사가 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청사인 조선업체들은 기성금 지급 산정 기준이 협력업체와 다르다며 억울해 하는 입장이다. 조선사는 공정률에 따른 방식인 반면 협력사는 공정률에 작업시간과 투입 인력을 추가하는 탓에 금액이 다르다는 것.
조선업체 관계자는 "기성금 지급은 원청과 하청사간 차이가 크다"라며 "조선업체는 공정률에 따라 지급하는 것을 원칙이어서 적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과거에 기성금을 후하게 쳐 줬던 관행이 대규모 손실 탓에 지급되지 못해 지금과 같은 마찰이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정률에 따른 지급은 원칙은 과거에도 똑같았지만 그때는 실적이 지금과 같이 나쁘지 않아 유동적으로 지급해 왔다"라며 "그러나 현재는 그런 여유를 발휘할 수 없어 마찰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