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초저금리 시대의 도전, 은행 새로운 길을 가다] (3-④끝) 해외에서 길을 찾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6 18:21

수정 2015.08.26 18:21

④ 필리핀 수출금융 선봉장 수출입은행

해외 발전소 건설 등 우리기업 PF에 자금 지원사격

상업발전소 첫 PF 성공
한전·두산중공업 등 참여한 세부 석탄화력발전사업 초반 자금조달 어려움 겪어 輸銀이 사업비 63% 지원 아시아개발은행 참여도 주선

고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한국기업 첫 투자개발 PF인 일리얀 가스복합화력발전사업 지난해 4월 최종상환 마쳐 20여개 기업 기자재 공급 기회 수출 부대효과만 1억4천만弗

수출입은행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지원한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수출입은행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지원한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초저금리 시대의 도전, 은행 새로운 길을 가다] (3-④끝) 해외에서 길을 찾다

【 세부(필리핀)=이정은기자】우리가 익히 들어 알던 휴양지 필리핀 세부가 아니었다. 세부 공항에 내려 한시간 넘게 달려간 그곳에는 겨우 바지만 갖춰 입은 어린이들이 해안가에서 맨발로 놀고 있었다. 이곳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우리돈 15만~20만원 가량. 그러나 전기요금은 한국의 두배에 달한다. 밤이 돼도 이곳에서 가로등 불빛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그 때문. 교민들은 "그나마 한전이 들어와 예전처럼 정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필리핀을 루손지역, 비사야스지역, 민다나오 지역 등 세 곳으로 나눌 때 한국전력은 비사야스 지역 전체전력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한전 최기영 재무팀장은 "세부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직접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데다 심지어 판매까지 직접해야 하는 상업발전사업이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더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한국수출입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 덕분에 이같은 사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필리핀 시장의 풍부한 개발수요를 보고 우리 기업들이 뛰어들 때 든든하게 자금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 글로벌경쟁력지수에 따르면 필리핀의 인프라부문 순위는 141개국 중 91위로, 공항(108위), 항만(101위), 전력(87위)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필리핀 정부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민관협력) 등 민간자금까지 활용해 인프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상업은행만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대규모 인프라 PPP사업의 경우, 수출금융.개발금융 지원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수출입은행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수은의 PF금융실적은 매년 큰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 7억만 달러에 불과했던 지원실적은 2010년 24억8600만 달러, 2013년 47억4400만 달러로 뛰었다.

■민자발전소 파이낸스 주도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사업은 세부시 남서쪽 20km지점인 나가 지역에 200MW급 발전소를 건설 및 운영하는 BOO(Build-Own-Operate) 방식의 민자발전사업(IPP)이다. 한전의 지분투자(직간접 지분 76%) 외에도 두산중공업이 EPC계약자로서 발전소 건설을 담당하고, 사업운영(동서발전), 기술자문(현대엔지니어링) 등 한국기업이 사업 전 단계에 참여해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높은 외화가득효과를 창출했다. 뿐만 아니라 국산 기자재 수출, 설계.시공 외에도 사업주 기술자문, 운영 자문, 배당 및 운영수익 등도 거두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 사업의 총 사업비 중 63%에 해당하는 1억7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참여를 주선하는 등 국제적인 금융패키지 구성을 주도함으로써 사업 추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2009년 12월 여신을 승인해 2013년 12월 재무적 준공을 달성하고 현재 원리금을 상환중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 사업은 필리핀 아로요 전 대통령 방한 시 비사야스 지역의 전력공급을 위해 한전과 필리핀 에너지부간 쌍무협정을 체결한 이후 양국 에너지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며 "경제규모 확대, 산업시설 증설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이 지역 내 전력수급을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도 "한전의 해외발전사업 중 최초로 시도한 상업발전소(Merchant Plant) 형태의 사업으로, 연료 조달, 전력 생산, 판매, 수금 등 전 과정을 책임지고 운영하게 돼 리스크부담 때문에 초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철저한 준비를 통해 수은과 ADB 등을 설득해 지난 2010년 한국 금융시장 최초로 상업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2억7000만 달러의 PF를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세부발전소는 적기준공과 함께 현재까지 3년여간 안정적으로 발전소를 운영함으로써 세부 전력부족 사태 해결에 크게 기여했으며, 향후 25년간 약 9억 달러의 배당수입이 전망되고 있다.

■부대효과도 '풍성'

필리핀 일리얀 가스복합화력발전사업도 수은과 한전의 뜻깊은 합작 프로젝트다. 수은 최초의 PF 지원 사업으로 1996년 10월 금융지원의향서를 발급한 후 지난해 4월 최종 상환이 완료됐다. 수은 관계자는 "한국기업 최초의 투자개발형 해외 PF사업으로 우리 기업이 사업개발, 지분투자, EPC(설계·조달·시공), 설비운영 및 관리 등 사업 전 과정에 참여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00년 영국의 금융전문지 '프로젝트파이낸스'의 올해의 프로젝트(Deal of the Year)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연말 기준 누계매출 약 1조3117억원을 달성함으로써 한전의 대표적 해외사업으로서 꼽힌다.
또한 대림산업, 효성, 현대중공업 등 20여개의 국내기업이 기자재 공급 및 시공에 참여함으로써 수출 부대효과도 1억4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한전 관계자는 "일리얀사업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래수익을 담보로 하여 원리금을 상환하는 조건의 PF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함으로써 투자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위험분산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4월 차입금 5억4300만 달러를 모두 상환했다.
향후 일리한 발전소 운영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의 지분 51%만큼은 오롯이 한전으로 배당된다"고 설명했다.

nvces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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