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나친 유커 의존은 '사상누각'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동이 마무리되자 터진 위안화 절하 영향으로 유통·관광업계가 전전긍긍이다. 면세점·호텔 등 중국인 관광객(유커)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몇 달째 '유커 패닉'을 외치고 있다.

업계는 중국 최대 연휴인 10월 1일 국경절을 맞아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역으로 말하면 몇 년간 이어져오던 증가세가 크게 꺾인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경절 기간 한국을 찾은 방문객은 16만여명이었다. 전년 대비 52% 뛴 수치다. 그러나 올해는 전년 수준 유지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유커 감소로 인해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그들이 다시 한국을 찾기만을 목매는 모습을 보며, 업계가 그간 제발로 찾아오던 유커에 안일하게 기뻐하기만 해 왔던 것은 아닌가 짚어보게 된다. 업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줄어들지 모르는 관광객 인파에 취해 양적 성장만을 중시한 '사상누각'을 세웠다는 의미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했던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이런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17년까지 관광호텔 5000실 추가 공급, 서울 3곳·제주 1곳 등 시내면세점 추가 허가, 신규 복합리조트 조성 등을 내걸었다. 관광객 증가를 전제한 몸집 불리기 일변도 정책이다.

당시에도 중국인 관광객에 쏠린 정책이 리스크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매년 공실률이 높아져 갔던 호텔업계는 객실을 더 늘릴 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치열한 다툼 끝에 추가 시내면세점을 차지한 업체는 자칫 올해 말 '초라한 오픈'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내비치고 있다.

이미 실시한 양적 성장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이에 맞춘 내실을 기할 때다. 관광업 부활의 노래를 부르는 일본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유커는 약 218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배 늘어난 수치다. 유커의 구매력은 일본 내에서 '바쿠가이(폭풍쇼핑)'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엔저와 국내 메르스로 인한 반사이익에서만 원인을 찾기에는 그 성장폭이 놀랍다.

비결은 사소한 것까지 편의를 제공하는 '깨알 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8%로 늘어난 소비세의 외국인 면세대상 품목을 지난해 10월부터 화장품·약품 등 소모품까지 확대했다. 면세점이 밀집한 거리에는 세금 환급 카운터를 늘렸고, 직원을 추가 고용해 편의도 높였다. 꾸준히 추진해온 관광 활성화가 결실을 보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