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칭찬받는 재벌들을 위하여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다 보여주기 식이야" "얼마 가지 못할 걸" "많은 준비를 한 것처럼 보이네. 그렇지만 보여주기 식이라도 경제가 회복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동료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재계의 경제살리기'에 대해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스트레스를 푸는 저녁 자리에까지 업무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최근 여러 분야에서 주요 그룹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짧지만 '안줏거리'로 올라온 것이다.

재계는 말 그대로 경쟁적으로 경제살리기에 나서는 듯한 모습이다. 목적이야 어떻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달간 발표한 내용만 봐도 그렇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2년간 3만명에게 청년일자리,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청년일자리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총 6만여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타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LG그룹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폭발로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은 2명의 우리 군 장병에게 5억원씩의 위로금을 전달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 순서는 누가 될까 관심이 갈 정도로 주요 그룹들이 경쟁이나 하는 것처럼 일자리 창출, 투자 등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영공백이 사라진 SK그룹은 그 속도가 더 빠르다.

최태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기 직전 2년간 2만4000명에 대한 일자리 및 창업지원 계획을 밝힌 SK그룹은 이후에는 국가발전 선배세대 복지를 위해 1000억원 전달, SK하이닉스 46조원 투자, 전역연기 장병 우선채용 등의 계획을 밝혔다. 2년7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이 경영공백을 단기간에 만회하려는 듯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의 공격적 행보에 지난 28일에는 보기 드문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 앞에 어르신 수십명이 한자리에 모여 피켓을 든 것이다. 처음 모일 때만 해도 긴장감이 돌았지만 피켓 내용을 본 순간 당황함을 느꼈다. 내용은 '사랑해요 애국기업 SK' 'LG 사랑해요' '사랑해요 동성그룹'이었다. SK와 LG, 동성그룹이 장병들에 대한 사랑을 보이자 어르신들이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모임을 가진 것이다. 주요 그룹사 앞에서 '물러가라' '사죄하라' 등의 문구는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사랑해요'라는 단어는 생소했다.

최근 영화 '베테랑'이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안하무인 격인 재벌 3세와 이를 응징하려는 베테랑 형사에 대한 대결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재벌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제 재벌, 그룹도 바뀌고 있다. 국민의 눈을 의식하고 여론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SK가 전역장병 50여명을 우선채용하겠다고 결정한 이후 인터넷상에 올라온 댓글 중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칭찬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통 크게 투자를 결정하고 젊은이들을 챙긴 결단은 탁월한 선택'이라는. 이 댓글처럼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더 철저하게, 강도 높게 비난을 해야겠지만 잘한 것에는 칭찬의 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