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부, 세수 감소 우려에 기존제도 안주.. 현실과 괴리 심해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30 17:13

수정 2015.08.30 21:45

정부, 세수 감소 우려에 기존제도 안주.. 현실과 괴리 심해져


우리 사회에서 거래비용 고착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거래비용 문제는 경직된 조세제도와 재화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수익모델 탓에 벌어지고 있다. 우선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정부가 기존 조세제도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해 관련법 개정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법과 현실 간 괴리감이 심화되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안정된 수익을 확보하고자 각종 수수료나 거래세 인하에 인색한 점도 거래비용 과부담 문제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최근 저성장 국면에 빠진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차일피일 미뤄졌던 거래비용 인하를 통한 수급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수확보 위해 거래 활성화 순기능 뒷전

증권거래세와 부동산거래세가 대표적인 조세제도의 폐해 사례로 꼽힌다.이들 거래세의 경우 인하를 통한 거래 활성화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우선 증권거래세는 현행 0.3%에서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지난 1978년 이후 37년 동안 0.3%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침체된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 일각에서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세법개정안 당정협의 자리에서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김정훈 의원은 "최근 금리도 떨어지고 있는데 증권거래세 0.3%는 고금리일 때의 수준"이라며 "증권거래세를 낮춰 거래를 활성화, 세수를 증대시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증권거래세를 내려 거래가 늘어나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은 오판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조세재정연구원 이상엽 세법연구센터장은 "증권거래세가 낮아도 실물경제와 시장 상황에 대한 불안심리가 있으면 거래가 늘어난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시장의 거래세와 보유세 논쟁도 답보상태다.

왜곡된 부동산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세법개정 행보는 게걸음이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거래세를 낮춰도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거나 투기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미미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인하해도 된다"면서 "보유세도 부의 불균형이 큰 부동산시장을 이대로 두면 상위 10%가 90%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게 될 수 있어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금조달비용 부담 핑계 여전

업계의 안일한 수익추구 탓에 과도한 거래비용 논란에 빠진 경우로 금융권의 중도상환수수료와 자동차할부금이 꼽힌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금융소비자가 대출금을 미리 갚겠다는데 수수료를 과도하게 정해 불가피하게 가계부채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이다. 반면 금융권은 대출금을 중도상환할 경우 은행이 보는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를 유지하려는 입장이다. 문제는 금융권의 전반적 수익모델이 악화된 상황에서 중도상환수수료와 같은 비이자수익 부문에서 경영 악화를 만회하려 한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예금으로 대출을 하기 때문에 대출 시 투입되는 비용이 많다"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여타 수수료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에서 이자 수익이 메말라가는 은행들엔 비이자수익 확대 차원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자동차 할부금융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져 조달비용 측면에서 숨통이 트였지만 고금리를 그대로 유지해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업체가 받는 연체이율은 국내외 할부금융사 모두 19~26%로 높다. 게다가 상당수가 고정금리다.

한 수입차 할부금융사 관계자는 "자금조달 시 외국계 자금도 유입되다보니 국내 금리 변동과 무관하게 이율을 책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성장 돌파 위한 인하 시급

거래비용 인하에 대한 저항이 강하지만 저성장 국면을 뛰어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각종 수수료와 거래세를 재조정할 적기라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를 통해 내수시장 진작에 나선 것도 최근 내수시장 악화를 돌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즉각적인 수수료와 거래세 인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증권거래세 인하의 경우 당장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나중에 필요하다면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당장 검토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단계별 접근이 요구된다.

부동산거래세 개편 관련,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누진세율로 운영할 경우 세율 인상이 가능하다. 단숨에 선진국형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적용대상이나 시장상황, 금리 등을 고려해 서서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의 경우 거래세에 비해 낮지만 적정 수준으로 올라가는 중"이라며 "조세저항이 큰 만큼 세밀한 조율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중도상환 수수료 인하 방안도 고객 신용과 무관하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수수료 체계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 힘든 게 우리나라 정서"라면서도 "당사 우대고객 혹은 대출규모 및 가계 빈곤층 우대 등 고객군별 세부 수수료율로 개편하고 전체적인 인하 움직임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유현희 차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