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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임금 반납' 미풍, 돌풍 그리고 나비효과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04 17:33

수정 2015.09.04 17:33

[여의도에서] '임금 반납' 미풍, 돌풍 그리고 나비효과

미풍은 약하게 부는 바람을 말한다. 돌풍은 갑자기 세게 부는 바람이다. 돌풍은 갑작스럽게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거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이를 때 쓰기도 한다. 약하게 부는 바람이 그냥 지나갈 줄 알았는데 바람이 더 거세질 것 같은 모양새다. 금융지주사에서 시작된 미풍이 돌풍이 됐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일부 연봉 자진반납 얘기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에 이어 국내 3개 지방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연봉 일부를 자진반납하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전날 윤종규 KB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이달부터 연봉 30%를 자진반납하기로 한 데 이은 결정이다.

박인규 DGB금융 회장을 비롯해 성세환 BNK금융 회장, 김한 JB금융 회장이 전화 회동을 하고 연봉 20%를 반납해 신규채용 확대 등에 사용키로 합의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금융지주사 회장님들의 연봉 일부 자진반납 '바람'이 어쩌면 '보여주기식'의 단순한 미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지방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연봉 일부 자진반납 취지를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밝힌 것처럼 신규채용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를 국내 모든 은행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모아 이번 결정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지방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동참한 '임금 나누기 모델'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도 될 수 있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금융권 전 업권으로 확산될 수도 있고 금융권을 넘어 경제계 전반으로도 확산될 수도 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연봉 일부 자진반납을 발표하면서 각 금융그룹 산하 계열 대표이사와 전무급 이상의 임원진도 일정 수준의 연봉을 반납하겠다는 결의가 다음 주부터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사로부터 시작된 임금 나누기 모델이 모든 산업군으로 확산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임금 나누기 모델을 시작한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선의가 빛이 바래지 않으려면 몇 가지 전제가 뒤따라야 할 것 같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봉 일부 자진반납 선언이 있은 후 해당 금융지주사에서는 임원들의 반납 폭은 어느 정도 될지 연봉 일부를 반납해야 하는 직급이 어디까지로 정해질지 설왕설래가 있다고 한다. 연봉 자진반납의 취지가 좋기는 하지만 자발적이 아니라 강제성이나 눈치보기식으로 확산된다면 곤란하다. 아울러 임금 나누기 모델 확산을 계기로 정부는 청년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나비효과는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카오스 이론에서는 초기 조건의 민감한 의존성에 따른 미래결과의 예측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때문에 나비효과는 시공간을 가로질러 어떤 하나의 원인이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일으킨 바람이 그리고 나비효과가 금융권 전체와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채용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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