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일교차 큰 환절기, '구안와사' 안면마비 초기 입원치료 중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07 20:27

수정 2015.09.07 20:27

일교차 큰 환절기, '구안와사' 안면마비 초기 입원치료 중요

종합상사 영업팀 과장인 구모 씨(36)는 생각지도 못한 안면마비 증상 탓에 병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10년 전 취업을 준비할 때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지만 별다른 치료 없이 금방 회복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최근 승진과 실적 문제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던 중 갑자기 입 주위부터 마비되기 시작했고 점차 증상이 심해졌다. 업무 특성상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하는데 안면이 마비되면서 발음까지 어눌해지자 실적에 큰 지장이 생겼다. 결국 인근 한의원을 방문한 결과 구안와사(안면마비)라는 진단을 받았다.

구안와사는 12개 뇌신경 중 7번 얼굴신경의 병적 이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안면신경장애 질환이다.
얼굴 한쪽 근육이 마비되고 틀어지며, 주로 안면부 눈과 입 주변 근육에 증상이 나타나 '입 돌아가는 병'으로 불린다. 한방에서는 눈과 입이 돌아가고 틀어진다는 의미로 구안와사(口眼?斜)로 부른다.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잠을 자거나 차가운 바람이나 공기에 장시간 얼굴이 노출되면 안면에 분포된 운동신경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얼굴근육이 마비된다. 요즘처럼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감기를 앓았을 때 자주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주요 증상으로 아침에 기상했을 때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음식을 자주 흘리거나, 한쪽 눈이 잘 감기지 않거나, 발음이 부정확해진다. 한방에서는 과로나 스트레스를 받은 뒤 몸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찬바람을 맞아 담이나 어혈이 생기고, 이로 인해 얼굴 쪽 경락에 기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 분명치는 않지만 대상포진 및 감기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과음, 수면부족 등에 의한 면역력 저하, 자가면역 과정에 의한 신경염, 안면이 차가워지면서 발생하는 허혈성 염증 등으로 추정된다. 생각보다 흔한 병으로 10만 명당 8~240명의 발병률을 보이는데 1년에 전국적으로 최소한 3000명 이상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 5%의 재발률을 보이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2~14%정도 있다.

최근 업무과다 등으로 스트레스가 급증하면서 환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안면마비 진료인원은 2008년 5만7000명에서 7만 명으로 연평균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전체의 44.2%로 가장 많았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여성의 비중이 높아졌다. 50~60대 환자 10명 중 6명은 여성으로 조사됐다. 최근엔 성형수술 중 신경을 건드려 안면마비를 겪는 젊은 여성환자도 많다.

안면마비는 증상에 따라 말초성과 중추성으로 나뉜다. 말초성 안면마비는 마비된 쪽 이마주름이 잡히지 않고 얼굴근육 마비 외에는 다른 증상이 없다. 반면 중추성 안면마비는 얼굴의 마비 부위와 같은 방향의 신체에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말하는 게 어눌해지고 뒷목이 뻣뻣해지며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자주 발생한다.

이 질환은 조기에 치료해야 치료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대표원장은 "구안와사 발병 후 초기 1개월 동안의 치료효과가 이후의 진행방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며 "구안와사 발병 초기 치료가 미흡하거나 그 증세가 심각할 경우,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및 검사를 받은 뒤 치료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증상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한방치료로 회복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면 1~3개월 내로 치료 가능하며, 회복 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광동한방병원은 양방과 한방의 장점만을 모은 통합진료로 안면마비를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주요 치료법으로는 한약 및 양약의 병용요법, 침, 약침, 체질별 컬러테이프요법, 안면수기요법 등이 있다. 처음에는 체내 염증을 개선한 뒤 한약으로 신체 전반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침은 얼굴에 분포하는 경혈과 경락을 자극해 얼굴의 균형을 맞추고 마비된 얼굴근육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컬러테이프요법은 체질에 맞는 색깔의 특수 테이프를 안면경혈에 붙여서 안면근육의 기혈순환을 개선시켜서 회복을 촉진시킨다.

광동한방병원 문병하 대표원장은 "초기 집중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증상이 심한 경우 1~2주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며 "안면마비가 지나치게 자주 재발하는 환자에게는 뇌추나요법을 실시해 발병 원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뇌추나요법은 손가락·발가락 관절, 무릎, 고관절, 어깨관절, 상부경추 등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소뇌와 대뇌를 활성화시켜서 안면근육과 신경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자가 치료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양쪽 눈을 최대한 크게 떴다가 다시 꼭 감거나 윙크하는 동작을 5회 이상 반복해준다. 양쪽 볼의 근육을 풀어주려면 입을 뾰족하게 모은 후에 앞으로 내미는 동작, 뺨을 불룩하게 하는 동작, '이·오·우' 발음이 나도록 입 모양을 만들어 휘파람 불기, 촛불 끄기 등과 같이 입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면 된다.

온열 마사지법은 재발을 막고 후유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따뜻한 물로 세안을 한 뒤 더운 수건으로 이마와 눈 주위를 원을 그리듯 하루에 20분씩 마사지해준다. 따뜻한 찜질팩으로 증상이 나타난 부위를 마사지해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도 좋다.


문병하 원장은 "예전에는 감기에 걸리거나 찬 기운을 얼굴에 쏘였을 때 구안와사가 발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서도 걸리기 쉽다"며 "과로 및 과음 후 입술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귀 뒤쪽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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