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물보다 싼 우유...유럽 낙농업계 '몸살'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08 15:42

수정 2015.09.08 15:42

【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유럽 낙농업계가 우유값 폭락에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의 유럽연합(EU)산 농식품 수입금지 조치와 중국의 우유 수입 감소, EU의 우유 생산쿼터 철폐 등으로 우유가 넘쳐나고 있어서다.

CNN머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는 우유 1리터 가격은 약 1달러다. 같은 부피의 물(1.5달러)보다도 싸졌다.

우유 소매가격은 올 들어 약 5% 떨어진 반면 도매가격의 경우 같은 기간 하락 폭이 20%에 달했다.

우유값 폭락은 지난해 8월 러시아의 농식품 수입금지조치로 인해 유제품 수출이 급감하면서 시작됐다.


EU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미사일에 피격 추락해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등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한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는 지난해 8월 EU산 농식품에 대해 수입금지조치를 내렸다. 러시아가 EU산 유제품의 최대 수출국 중 하나라는 점에서 EU 낙농업계가 받은 타격은 컸다. EU산 치즈의 32%, 버터의 24%가 러시아로 수출된다.

세계 최대 우유 수입국인 중국의 우유 소비 부진도 우유값을 끌어내렸다.

여기에 EU가 지난 3월 우유 생산 쿼터제를 폐지하면서 우유값 폭락을 부채질했다.

우유 생산 쿼터제는 유럽 낙농 산업의 과잉생산을 방지하고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1984년 도입돼 30년 넘게 유지됐다. EU는 낙농업계가 시장 상황에 대처해 자율적 생산 조정을 할 수 있게 됐고 아시아 등 신규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출을 통해 과잉 생산을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지난 3월 우유 생산 쿼터제를 폐지했다.

우유값 추락에 성난 EU 축산·낙농업자 수천명은 7일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1000여대의 트랙터로 도로를 점거한 채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EU 농업장관들은 이날 회의를 갖고 EU 농가에 5억유로의 긴급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EU 지원금은 EU 농가의 자금난 해소, 농산물 가격 안정,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유럽 낙농업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생산쿼터제 재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우유수요가 줄어든만큼 우유생산을 감축해 시장균형을 맞추고 우유값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유럽 우유위원회의 로뮤알드 샤버 위원장은 "우유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시장의 왜곡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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