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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오르자 채권시장 발빼는 외국인들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09 17:54

수정 2015.09.09 22:14

이달 만기도래 채권 중 외국인 물량 1조6500억
환율 1200원선까지 올라 환차손 막으려 엑소더스
환율 오르자 채권시장 발빼는 외국인들

외국인들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증시 불안 등 대외 리스크가 확대된 데다 원화 가치까지 떨어지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인 보유채 만기 재투자 할까(?)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고10-5'와 '국고05-4' 등 9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중 외국인 보유 물량은 1조 6500억원 규모다.

여기에 통안채 만기 1조3300억원까지 더하면 약 3조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200선 까지 급등하자 외국인 '엑소더스(대탈출)'를 우려한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입게 된다. 증권업계는 2010년 이후 1080원~1140원 대 환율에서 외국인이 잔고를 늘린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한국 채권시장의 가장 큰 손인 템플펀 펀드(약 20조원 보유)의 수익률까지 부진하다.

최근 흐름도 외국인들이 발을 빼는 모양새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채권 잔액은 102조6000억원이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5월 말 약 106조원을 기록한 후 3개월 동안 3조4000억원 가량의 돈이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KDB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당장 9월 중 외국인 만기자금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12월에 예정된 8조원 규모 물량은 적잖은 부담이다"면서 "다면 연내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환변동성만 안정된다면 외국인 만기도래 자금이탈 정도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 서향미 연구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의 변수를 확인하고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일 경우 보유잔액 감소 가능성 작지 않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이탈할 땐 충격 불가피

채권시장에 돈이 많이 들어오면 전체적인 채권금리가 낮아져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국채를 많이 산 외국인 덕분에 나랏빚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국채금리가 낮아지면 정부가 국채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돈이 줄기 때문이다. 한 채권 딜러는 "과거 정부가 재정적자 때문에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했을 때 은행 등 국내 기관들은 돈이 별로 없었다"며 "외국인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면서 국채가 비교적 낮은 금리에 소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100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부메랑이 될 처지다.

국제금융센터 강봉주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는 금리인상과 함께 유동성환수(B/S조정)가 병행된다는 측면에서, 2004~2006년과 달리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을 수반하는 선진국 우위로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험에서도 잘 나타난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뒤 외국인들이 대거 돈을 빼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채권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악몽을 겪은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걱정이 지나치다는 견해도 적잖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절반가량은 외국 중앙은행의 투자금이 차지하고 있고 연기금, 국부펀드, 글로벌 채권형펀드 등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자금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단기투자성 자금은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10% 정도로 알려졌다.


윤 연구원은 "2010년 미국 양적완화(QE) 종료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2년 그렉시트 이슈에도 외국인 현·선물 채권이탈은 제한적이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신용위험이 '퍼펙트 스톰(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이 아니라면 한국은 안전벨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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