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中 이번엔 'IT굴기(崛起)'...미국과 어깨 나란히 하는 중국, 한국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0 15:23

수정 2015.09.10 15:23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서울=박지애 기자】시진핑 중국 주석의 미국 방문에 맞춰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 마이코르소프트(MS),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들이 대거 중국 IT기업들과 만난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MS가 중국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이라는 행사가 열리면서 중국과 미국의 IT산업 거두들이 총출동 하는 것. 또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IT시장의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자리를 잡은 중국의 '힘'을 과시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IT 전문가들은 "이 포럼은 형식적으로는 양국의 IT기업들이 만나 기술과 시장 흐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계 IT시장을 좌우하는 미국의 IT기업들이 일제히 중국 정부와 기업을 향해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중국은 거대시장을 기반으로 발빠르게 신기술을 수용, 급성장했고, 이제 세계 IT산업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기업들에게 구애를 받을 만큼 중요한 세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이 포럼의 실질적 의미"라며 "한국은 세계 IT 최강국임을 자부하면서도 휴대폰 제조기술 하나에 매달려 있는 형편이란 것이 이 포럼을 통해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는 22일 미국 북서부 산업도시인 시애틀에 들른 뒤 24일경 워싱턴DC를 방문하고 26일께 유엔 정기총회가 열리는 뉴욕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 일정 중 첫 방문 도시인 시애틀에서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이 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포럼에 중국 측에서는 인터넷 감독부처 수장인 루 웨이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장관급)을 비롯해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MS의 고위 임원은 물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며, 이 행사에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해 짧은 연설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中, IT굴기(崛起) '과시'
최근 전승절 기념식에서 '군사굴기'를 자랑한 중국이 이번에는 세계 IT산업의 발상지인 미국에서 'IT 굴기(崛起)'를 과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상황에 정통한 IT분야 한 전문가는 "시 주석의 미국 방문 기간 동안 애플, MS, 인텔 등 미국 IT업체 수장들은 어떻게든 시 주석과의 면담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며 "이들은 이미 중국 시장이 아니면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인텔은 지난 3~4년간 꾸준히 중국의 중저가 태블릿 업체들과 손잡고 인텔의 반도체를 싼 값에 장착하도록 하면서 모바일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MS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잃은 점유율을 만회할 방법이 중국 뿐이라고 판단, 중국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윈도 모바일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플 역시 중국 아이폰 판매가 전세계 아이폰 판매량을 좌우하는 실정이다.

IT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이번 포럼을 통해 세계수준 이상으로 발전한 IT기술을 자랑하는 한편, 중국시장에 목을 메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게 기술제공, 투자 확대 등을 중국시장 진출의 댓가로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中 인터넷 정책 신경전?
이번 포럼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지적돼 온 중국발 해킹 문제에 대해 중국이 '물타기' 하려는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인터넷 정책을 두고 정 반대의 입장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은 인터넷 산업에 정부가 절대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강한 자율론을 펴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인터넷 관련 얘기를 안건으로 올리는 것 조차 반대할 정도다.

반면 중국은 보안이나 정보유통의 건전성을 위해 정부가 적절히 인터넷에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정책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아직 중국내에서 공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렇게 팽팽히 맞서있는 가운데서도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인터넷 업체들은 "인터넷이 자율적 공간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는 해외시장 공략용이다. 중국 내에서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만 해외에서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포럼을 계기로 인터넷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재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