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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교황이 美에 던질 메시지는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1 17:23

수정 2015.09.11 17:23

[월드리포트] 교황이 美에 던질 메시지는

미국 뉴욕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앞두고 들떠있다. 뉴욕은 22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교황의 미국방문 중 이틀 정도 머무는 곳이어서 시민들의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24일 성 패트릭 성당에서 열리는 철야기도회에 참석한 뒤 25일 유엔 총회에서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연설한다. 또 9·11 국립기념박물관에서 개최되는 다종교 행사에 참석하고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2013년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한 뒤 교황선출회의인 콘클라베를 통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후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가톨릭의 기본 틀에서 벗어나 동성애와 이혼, 무신론, 낙태 등 가톨릭의 여러 금기를 포용할 것을 촉구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시리아 난민 사태와 관련, "모든 가톨릭 교구가 난민 가족에게 거처를 제공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단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호감을 갖는 이유는 그의 진보적, 또는 정치적 이념보다는 재물과 권력의 탐욕에서 벗어난 그의 소박한 생활방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의 겸손하고 소박한 생활의 한 예로 교황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도 전통적으로 교황들이 이용하는 교황궁 숙소를 쓰지 않고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하며 식사도 공용식당에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화려한 장식이 없는 평범한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하며 목에 걸린 십자가는 추기경 시절부터 착용하던 철제 십자가라고 한다.

최근 허핑턴포스트가 선정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언 중에는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을 위해 사는 삶은 절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와 "세상을 바꾸려면 은혜를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잘해야 합니다"등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명의 성직자가 마음속에 떠올랐다.

최근 선종 18주기를 맞은 테레사 수녀다.

마케도니아 태생인 테레사 수녀는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칠 것'이라고 결심한 뒤 1948년 인도 국적을 얻어 캘커타의 빈민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1997년 9월 5일 숨을 거두기 전까지 그녀는 가난과 질병, 그리고 어린이들을 늘 가까이 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멀리하는 가난과 질병을 마치 자신의 자식을 감싸주듯 '마더 테레사'는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나병 환자들의 손에 자신의 입을 맞췄으며 가난에 허덕이는 환자들의 상처 주위에 득실거리는 구더기를 제거해주고 에이즈를 앓고 있는 환자들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테레사 수녀는 "가난을 알고,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가난해져야 된다"고 늘 얘기했다고 한다.

지난 1996년 그리스의 마이클 왕자와 만난 자리에서 테레사 수녀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천당의 문 앞에서 성 베드로를 만나는 꿈을 꿨습니다. 성 베드로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거라…이곳에는 빈민촌이 없단다'라고…."

'인간' 프란치스코와 테레사가 진정한 성직자로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유는 교황과 수녀라는 직책 때문이 아니라 돈, 명예, 권력이라는 탐욕에서부터 자유로운 그들의 생각과 행동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뉴욕 방문 기간에 교황의 카퍼레이드와 미사 집전 등을 보기 위해서는 추첨을 통한 티켓을 받아야 된다.

교황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무려 수백만명이 추첨에 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는 티켓을 판매한다며 사기행각을 벌이는 집단들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방문이 처음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같은 인기는 교황이 내놓을 메시지가 미국 사회의 여러 이슈와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민자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쟁점에 대해 포괄적인 입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미 기간에 그의 진정한 메시지를 깨닫는 사람들이 많기를 기원해본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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