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창당 60년' 과거에 사는 제 1야당

옛날엔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갑을 코앞에 둔 장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가올 앞날보단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들 말이다. 그러나 요즘엔 달라졌다. 100세 시대를 맞은 근래의 60대들은 모두 새로운 인생을 논한다. 안타까운 것은 60세 생일을 맞은 한 정당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18일 창당 60주년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3월 26일 창당했다. 그러나 정당의 뿌리를 지난 1955년 9월 18일 해공 신익희가 범야권을 결집해 만든 '민주당'에 두고 6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추진 중이다. 당 지도부, 특히 친노(친노무현) 주류를 중심으로 '60년 뿌리'를 강조하는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의 시선이 자꾸 과거로 향하는 데는 나름 속사정이 있다. 친노.비노 계파 갈등으로 인한 내홍이 시간이 지날수록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 측은 당의 역사와 정권을 잡았던 화려했던 과거를 강조하는 것은 단합과 화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비주류 측은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이처럼 창당 60주년 기념사업도 의도와 달리 오해를 증폭시켰다. 이에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올수록 갈등 양상은 더욱 격해지고 있다.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국정감사를 대비해 한 시간 앞당겨 시작하려 했던 당 아침회의가 40분 늑장 개회하거나 회의를 주재해야 할 당 대표가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하며 회의에 불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창당 60주년 기념식은 당 화합의 장이 되기는커녕 분열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부끄러운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의 힘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으면서 기존에 야당이 선도하거나 강점을 보였던 분야에서 주도권을 모두 여당에 내어주고 있다. 대북관계, 노동개혁, 인터넷 포털 공정성 문제 등 최근 뜨거웠던 이슈 모두 정부와 새누리당이 끌고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한숨이다. 회의장 밖 복도에선 '답이 없다'라는 자조적인 말을 주고받는 당직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서 청년 못지않은 활력을 보여주는 60대 장년이 아니라 과거의 영광만을 회상하며 맥없이 앉아 있는 노인이 지금 대한민국 제1야당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