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단가'에 밀려나는 '안전'


국정감사에서 전국 초등학교 43%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 사고 시 유독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2분 내에 대피하지 않으면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1999년 발생했던 화성 씨랜드 참사다. 23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사건 이후 샌드위치 패널의 위험성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지난 16년 동안 건축물 안전에 대한 기준(소방법, 다중이용시설에 관한 법률 등)은 수없이 개정됐다. 개정의 이유는 '안전'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안전을 위한 노력에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전국 초등학교의 43%가 샌드위치 패널을 건축자재로 사용하고 있고, 공단 이곳저곳을 돌아보면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뿐만 아니라 어렵지 않게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공장을 발견할 수 있다. 휴양시설도 처음 건축허가를 받을 당시 조적조(벽돌)나 스틸하우스로 지어진 건물을 증축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는 것이 다반사다. 불과 며칠 전에도 홍천의 한 주택의 화재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건물 역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다.

정부가 강조하는 '안전'이 현장에서는 '단가'에 의해 철저히 외면되고 있는 셈이다. 하청에 재하청이 이어지는 건설현장에서 실제 공사에 참여하는 기업의 손에 쥐여지는 금액은 발주금액보다 터무니없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원가절감을 위해 저렴한 자재를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자신들도 손해 보지 않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기업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위험한 자재를 그대로 사용해야만 할까. 이를 대체할 자재가 과연 없을까.

대체재는 충분하다. 다만 샌드위치 패널의 단가를 맞추기 어려울 뿐이다. 국내 건축자재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까다로운 유럽이나 일본의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안전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러나 기업들이 힘들게 개발한 자재들은 단가를 이유로 시장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만난 유리 가공업체 관계자는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4월부터 방화유리문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역시나였다"고 토로했다.

법이 개정돼 화염을 차단해주는 방화문의 사용이 의무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단언했다. 불법이 만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그는 불법은 건축허가 후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공 후에는 일부러 화재를 발생시키지 않고는 육안으로 방화유리인지 일반유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때문에 시공 전 방화유리로 검사를 받고 일반유리로 시공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건물의 붕괴나 화재로 인한 참사를 숱하게 봐왔다.
그중 대다수 사건은 인재(人災)였다.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모두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일부에 의해 전부가 비난받지 않기 위한 '안전한 선택'이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