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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입니다] (7) 명절 앞둔 며느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4 17:41

수정 2015.09.14 22:25

물가협, 6대도시 전통시장의 29개 차례용품 가격 조사
올 차례상 차림비용 20만1190원.. 작년比 1.3% 올라
명절관련 갈등 겹쳐 명절 전후 이혼건수 평균 11.5% ↑
[나는 대한민국 ○○○입니다] (7) 명절 앞둔 며느리


결혼 전엔 몰랐다. 명절엔 곱게 한복 차려입고 시댁에 가면 시어른들의 사랑만 받을 줄 알았다. 물론 명절이니 제사상 차려야 하는 것 정도는 감안했다.

남편도 결혼 후 맞은 첫해 명절엔 제사상 차림 등 이것저것 도와줬다. 시어른들 눈치도 보였지만 남편이 있었기에 그 나름대로 즐거운 명절이었다. 명절 연휴 마지막엔 항상 친정에 가서 명절 문안 인사도 했다.
맞벌이를 한 탓에 여윳돈도 있어 시댁과 친정 모두 명절 용돈도 듬뿍 드렸다.

첫째를 출산하고부터 상황은 조금씩 변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수입은 반으로 줄었다. 여기에 기저귀 값, 분유 값 등 애한테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매달 생활비와 적금을 빼고나면 여윳돈은 몇 푼 되지도 않는다. 자연히 몫돈이 나가던 명절 예산을 줄였다.

그런데 올해 또 추석 상차림 비용이 오른다고 한다. 가계 부담은 커져만 간다. 결혼 안한 다른 형제들이 건강식품 등 값비싼 선물세트와 많은 용돈을 드리는 것을 볼 때 마음은 더욱 무겁다. 집안일이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아 부담감이 크다. 남편은 신혼 때처럼 명절 때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다. 그래서 빨리 집에 가자고 남편에게 보챘다. 남편은 오히려 역정을 낸다. 명절을 앞두고 부부싸움이 잦아진다.

또다시 그날이 다가온다. 마음속에는 설렘과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주부 박다은씨·34·가명)

■그릇된 세태 '돈이 곧 효도'

명절을 앞둔 며느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힘든 노동의 시간과 가족 간 갈등 외에 경제적 이유도 한몫한다. '돈이 곧 효도'라는 최근의 그릇된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

명절 선물과 용돈, 제사상 차림 비용의 몫돈 지출은 서민 가계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된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시가와 처가에 드릴 용돈 비율을 놓고 다투는 부부도 적지 않다.

비단 돈 문제뿐만 아니다. 이른바 '시월드'와 '처월드'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로 명절 가족 간 문제는 더 심각하다.

명절 격식을 간소화하고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적지 않지만 각종 명절 소사에 따른 돈 문제와 가족 간 갈등이 겹치면서 명절 후 이혼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대한민국의 며느리로 살고 있는 박지은(35)·이지연(30)·권은지씨(29)에게 즐거워야 할 명절을 꺼리는 이유를 들어봤다.

■명절 전후 부부갈등 폭발

올 초 결혼한 권영철·박지은씨 부부는 이번 추석이 처음으로 함께 보내는 명절이다. 이들 부부에게 이번 추석은 기대와 설렘보다 부부싸움의 원인이다.

연휴 일정 짜기와 양가 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양가에 드릴 용돈을 놓고 입장이 엇갈린다. 여기에는 남편의 이기주의가 한몫했다. 추석 예산 100만원 중 50%를 양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남편은 시댁에 30만원을, 친정에 20만원을 드리자고 했다. 화가 나서 공평하게 30만원씩 드리자고 했더니 나머지 예산은 귀성길 유류비, 식대, 조카들 용돈 등으로 써야 한다며 안 된다고 한다. 결국 다툼으로 이어졌고, 25만원씩 드리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김정수·이지연씨 부부 역시 양가 추석 선물 문제로 요즘 사이가 좋지 않다. 이씨는 여행 상품권 등 의미 있는 선물을 하자고 남편에게 얘기했다. 남편은 경제적 여건이 안 된다며 일반 선물세트로 하자고 한다. 이씨는 내심 서운하다. 결혼 후 여지껏 부모님께 명절선물다운 선물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부부는 긴 논의 끝에 건강보조식품을 양가에 선물하기로 했다.

김세정·권은지씨 부부는 요즘 추석 연휴를 놓고 다투기 일쑤다. 추석 당일은 시댁에서 보내기로 했지만 나머지를 어디서 보낼 건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편은 추석 다음 날까지는 시댁에 있자고 하지만 친정아버지가 홀로 계신 탓에 추석 차례만 지내고 친정으로 갔으면 한다. 결국 이번에는 명절 연휴 모두 시댁에서 보내고 다음번 설에는 처가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빠듯한 가계 상승하는 명절비용

추석 선물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빠듯한 살림살이 속 명절 부부싸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 쇼핑몰인 옥션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회원 1488명을 대상으로 '추석 지출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번 추석에는 선물 준비에 평균 18만2000원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 추석의 같은 조사(1438명 설문)의 평균 비용 16만4000원에 비해 약 11% 증가했다. 지난 설날 같은 조사(1237명 설문)에서는 17만원으로 조사돼 지난해 추석 이래 매년 증가세다.

증가하는 추석 차례상 비용 역시 가계를 옥죄는 부담 중 하나다.

물가협회가 최근 서울.인천.부산.대구.광주.대전 등 6대 도시 전통시장 8곳의 과일.견과.나물 등 차례용품 29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차례상 차림비용은 20만1190원으로 지난해 19만8610원보다 1.3% 올랐다.
29개 품목 가운데 소고기를 포함한 11개 품목 가격이 상승했고, 사과 등 15개 품목이 하락했다.

한편 명절을 전후해 가사 분담과 선물 등으로 시작된 부부싸움이 이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지난 5년간 이혼통계'에 따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전달보다 평균 11.5%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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