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틀을 바꾸자]

(1-②) '창조경제' 정책 엇박자

벤처투자 붐이라지만 정책자금 생색내기에 그쳐
스타트업 젖줄인 모태펀드 내년 예산은 전액 깎여



창조경제 붐을 타고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듯한 '착시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후 창업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실제 수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나서는 형국이다. 올해 1월 벤처기업 수가 3만개를 돌파했고 벤처캐피털(VC)의 신규 기업투자는 지난해 1조6393억원으로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겉으로 보기엔 눈부신 양적 성장이다. 그런데도 스타트업 투자의 '돈맥경화(돈이 돌지 않는 상태)'가 심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돈이 제대로 갈 곳으로 가지 못한 채 엉뚱한 곳으로 새거나 생색내기용 정책자금 지원 탓에 밑바닥에 온기가 번지지 않는 것이다.

일단 우리나라 스타트업 환경이 예년에 비해 나아진 건 사실이다.

미국 벤처캐피털 업체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스가 지난해부터 분석해온 스타트업 생태계 정비도시 분석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베이징과 런던, 베를린을 제치고 스타트업 환경이 우수한 도시 5위로 꼽혔다. 상위 10위권에 들어간 도시는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뉴욕, 런던, 스톡홀름, 베를린, 텔아비브, 베이징, 서울, 로스앤젤레스, 보스턴이다.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스는 각 도시를 △자금조달 환경 △공학분야의 유능한 인재 △활발한 멘토링 △기술 인프라 △스타트업 문화 △법제도.정책인프라 △경제기반 △정책, 정부지원정책 등으로 나눠 총 8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서울은 58점이다. '정책, 정부지원정책' 평가에서 한국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10점 만점 중 9점을 받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엇박자 투성이다.

실제 '법제도.정책인프라' 평가에선 한국은 5점을 받는 데 그쳤다. 미국의 모든 도시가 이 부문에서 10점 만점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 지자체가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 시설에 재산세를 부과해 송사에 휘말리는 등 어처구니없는 정부의 엇박자 정책과 법률들이 즐비하다.

스타트업의 젖줄이던 모태펀드조차 내년도에 예산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 2005년 벤처투자 시장의 활성화와 선진화를 목표로 출범했던 모태펀드는 매년 1000억~1500억원가량의 정부지원을 받았다. 올해 모태펀드는 중소기업진흥계정(중진계정)및 특허계정 등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정부로부터 총 3920억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역대 최대 규모다.

모태펀드 출자가 늘면서 벤처펀드 조성액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모태펀드의 출자로 조성돼 운용 중인 펀드 규모는 10조4000억원이다. 이 중 모태펀드가 출자한 금액은 2조7000억원. 모태펀드를 마중물 삼아 민간자금을 유치해 조성된 벤처펀드가 출자액의 4배에 이를 만큼 벤처투자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모태펀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건 2005년 출범 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모태펀드가 추가 출연 없이도 회수할 자금만으로도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민간 벤처펀드 활성화를 위해 신기술금융사의 창업투자조합 결성을 허용하고, 모태펀드 출자 없이도 한국벤처조합(KVF)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태펀드 없이도 민간의 자금만으로 벤처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내년 벤처펀드의 투자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