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인 신용등급 믿을 만한가

지난달 한 금융사 관계자로부터 우연히 보게 된 신용등급 자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같은 신용등급 내에서도 은행, 카드, 보험, 대부업 등 금융업권별로 부실률(연체율)이 최대 2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자료는 한 신용평가사의 CB(Credit Bureau)등급을 나타낸 자료로, 신용등급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은행, 카드, 보험, 캐피털, 대부업체 등 각 금융업�별 부실률을 퍼센트로 정리한 도표였다.

같은 등급이어도 다중채무 가능성이 많은 캐피털사나 대부업 등 제2금융권 이용자들의 부실률이 높은 것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한자릿수 정도면 모를까, 등급이 바뀔 수도 있어 보이는 10%포인트가 넘는 연체율 차이는 좀 이상했다.

신용평가사를 비롯한 여러 금융사에 문의했지만 기자와 마찬가지로 의아하다는 반응뿐 뾰족한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신평사는 같은 등급 내에서 금융기관별로 부실률 차이가 많이 벌어지면 재평가를 하며, CB 등급은 금융사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소 세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 정도였다.

지난 14일과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신용등급 이야기가 나왔다.

한 의원은 신용등급과 금리의 연관성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1등급이 10등급보다 높은 금리를 물고 있어 신평사들의 신용등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30만원 이하의 작은 연체금으로도 신용등급이 낮아져서 은행을 이용할 수 없고, 제2금융권 대출 이자를 꾸준히 갚아도 신용등급에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젠가 대학 동기가 푸념했던 일이 있다. 실수로 3일 정도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신용등급에 반영되면서 불이익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해당 금융사에 상황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울컥했다.

신용등급은 금융사 이용 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용자들의 상황을 어느 정도 객관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 금융사 근무자들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면 금융사 이용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해 기업 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의 정확성 문제가 한창 도마에 올랐었다. 기업의 부실 정황이 이미 공개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기업 신용등급에 반영된 탓이었다.

개인 평가마저 비슷한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