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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저성장시대에도 길은 있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3 16:59

수정 2015.09.23 16:59

[fn논단] 저성장시대에도 길은 있다

국내외 전문기관의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3% 성장률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체로 2%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고, 부진했던 내수에 이어 수출까지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거시경제 지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삼성, 현대 등 글로벌 기업이 위기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현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단순히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저성장시대로 진입했다고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성장기에는 7∼8% 수준이었던 잠재성장률이 최근 수년 동안 3%대로 낮아진 데 이어 2%대로 그리고 장래에는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자본, 노동, 기술 등 생산능력을 중심으로 계측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경제 의존율이 100%에 가까운 국가는 생산한 것을 모두 팔 수 있어야 잠재성장률만큼 성장할 수 있는데 중국, 인도 등 신생국의 높아지는 경쟁력을 감안할 때 낮아지는 잠재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경제성장도 문제지만 고용 없는 성장에 이어 최근에는 성장 없는 고용 문제가 체감적으로 더 심각하다. 특히 고도성장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은 저성장에 기인하는 팍팍한 생활형편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생산 및 고용구조의 양극화에 따른 계층 간 갈등 증폭 등으로 경제수준에 상응한 국민행복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저성장 국면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따라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저성장시대에는 무리한 단기 성장목표보다는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내실 있는 발전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선진국 기술을 캐치업하는 성장단계를 넘어 새롭게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발전단계에 왔기 때문에, 힘 안들이고 쉽게 될 일은 거의 없고 단 한 번의 실수로 글로벌 기업도 문 닫게 될 수 있는 환경에 직면해 있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의 끊임없는 이노베이션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것이 경제 전반의 큰 흐름으로 가시화되기 이전에는 경제사회제도 전반을 저비용.고효율 시스템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과도생산, 과도소비가 아닌 저성장에 걸맞은 '검소한 풍요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복지도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그나마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부정부패가 척결되고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도덕국가로 재무장하고, 지식정보 산업에 이어 정신.문화.예술의 진흥으로 창의적인 문화서비스 일자리를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는 고도성장에 익숙해져 있는 사고방식과 습관부터 바뀌어야 한다. 물질 만능의 소비를 통한 만족 추구보다는 정신문화적 행복 추구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1등을 못하면 2등도 자살하는 과도한 경쟁시스템 내에서는 1등도 안심할 수 없다. 더 좋은 직장과 더 많은 소득을 향한 맹목적 질주는 세계적 저성장 국면에서 모두에게 불행만 재생산할 수 있다.
정부 정책도 '개천에서 용 나오는 사회' 추구보다는 '미꾸라지도 행복한 사회'를 목표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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