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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청년실업 해소, 서비스업에 길 있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4 17:22

수정 2015.09.24 17:22

[여의나루] 청년실업 해소, 서비스업에 길 있다

최근 한 연구기관과 언론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5 국가정체성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2030세대 3명 중 1명꼴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하니 충격이다.

미래사회를 이끌고 가야 할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이 땅에서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2030세대는 대부분 1988년 올림픽 이후 태어나 급속한 경제성장과 국력신장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랐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마음에 드는 직장을 얻지 못하는 현실과 부딪히며 점점 좌절하게 되고 국가와 사회에 큰 실망감을 갖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 초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1990년대 중반까지 매년 평균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연간 50만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신규 노동력을 흡수해왔다.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건실한 성장을 해왔던 한국 경제가 2000년대 들어서 '고용 없는 성장'이 되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게 떠올랐다.
그 요인을 크게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과 낙후된 서비스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은 전 산업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이며 성장하는데 고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제조업 투자가 제조 공정의 기계화.자동화로 바뀌고, 적은 노동력으로도 생산력 제고가 가능해진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겠다.

제조업 취업비중이 전체 취업자 중 2004년 18.5%에서 2014년 16.9%로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감소를 보일 것으로 보아 이제 제조업에서 만족할 만한 고용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0년대 들어와 일자리는 주로 서비스업에서 늘고 있지만 우리 서비스산업은 양적.질적인 면에서 낙후돼 있다.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미국 78%, 영국 79%, 일본 73%와 크게 차이가 나며 생산성도 미국의 50%가량으로 질적으로도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주로 도.소매업, 음식. 숙박업이 대종을 이룬다. 그동안 새로운 일자리가 주로 여기서 만들어졌으나 '양질의 고급 일자리'는 많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의료.교육.금융.법률.회계.디자인 등 서비스분야 일자리도 적다. 금융기관의 취업률은 무려 수백대 일에 달한다. 정보처리.연구개발 등 과학기술 서비스분야 고용은 서비스 전체 고용의 5% 미만이다. 보건.사회복지.공공행정.사회보장 서비스 분야도 비슷하다. 선진국들은 이런 서비스 분야를 육성해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있다.

우리 서비스산업 발전이 미미하다는 것은 역으로 이 분야에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 창출 규모 면에서 볼 때도 국내총생산(GDP)이 10억원 늘어나면 제조업이 9.3명인 데 반해 서비스업은 16.3명이나 된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에 소극적이 되겠고, 116만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실업률 10.2%)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동안 거론돼 오던 대기업의 청년고용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 청년실업펀드 조성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 환경에서 일자리 창출의 궁극적 해결 방책은 서비스산업 육성밖에 없다.

정부도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지만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이런저런 이유로 국회에 계류 중이고, 구체적인 정책추진이 안 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다. 정치권의 당리당략이나 이념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젊은 세대의 '고급의 양질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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