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대 국회에 '진상필'을 기대하며

요새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내부 전쟁이 불꽃 튀고 있다. 여당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축출 이후 친박계(친박근혜)와 비박계(비박근혜)의 전운이 다시 고조되고 있고, 야당은 친노계(친노무현)와 비노계(비노무현)의 불화가 몇 달째 지속되고 있다.

여야 내부가 이토록 시끄러운 이유는 하나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자신의 목숨, 즉 '공천권'을 누가 쥐느냐가 현재 이 싸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회의원의 레이더망은 온통 공천권 싸움에 쏠려 있다. 지금은 정기국회 국정감사 기간이지만 이름을 알리거나 지도부에 눈도장을 찍고 싶은 일부 초선의원을 제외한 대다수 의원들이 국감을 내팽개친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에 출입하러 온 3년 전, "국회의원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한다"던 선배의 말이 문득 떠오르면서 최근 화제에 오르지 못한 채 쓸쓸히 종영한 드라마 '어셈블리'가 오버랩됐다. 드라마 '어셈블리'에는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 의원직을 걸고 실제로 던진 진상필 의원이 나온다. 진 의원은 목숨을 건 '배달수법' 통과를 위해 자신의 지역구 경쟁자인 백도현 사무총장을 찾아가 지역구를 포기하겠다고 제안하고 백 사무총장은 헛웃음을 짓는다. 자신의 재선, 삼선을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도 되는 정치판에서 법안 하나 통과시키자고 재선을 포기하는 진 의원의 절박함을 백 사무총장은 이해할 수 없었을 터다.

하지만 시청자는 하나같이 진 의원에게 열광했다. 반면 여야가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혁신위안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하나같이 냉담하다. 여당이 100% 국민 뜻을 반영하는 국민공천제를 도입하든, 야당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현역 중진의원을 물갈이하든 '그들만의 리그'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요새 의원들은 너무 인기영합적이야. 철학도 전혀 없어." 19대 국회를 끝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한 의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어쩔 수 없이 펼친다, 재선을 위해 당론을 따른다고 의원들은 항변한다. 하지만 20대 국회에는 자신의 소신을 펼치기 위해서라면 목숨과도 같은 지역구도 던질 용기가 있는 진상필 같은 의원이 많이 당선되길 기대해본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