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김병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6 17:48

수정 2015.09.26 17:48

세게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을 10년 가까이 이끈 마틴 빈터콘 회장을 한방에 날려버린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어떻게 세상에 밝혀졌을까. 시작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동쪽에 위치한 조금한 시설에서 시작됐다.

폭스바겐 소속 기술자들은 지난 몇 달 동안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 산하 대기자원위원회(CARB) 조사관들에게 배기가스에 관한 비밀을 털어놨다.

배기가스 인증 검사 시 검사관들의 눈속임을 위한 '비밀 장치'를 차량에 장착했고 이는 1년 이상 대기자원위원회와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들키지 않고 지속돼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배기가스 조작이 2013년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사실은 이렇다. 유럽 당국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도로주행 상태에서의 배기가스 검사를 희망했다.
이유는 미국에서의 도로주행 검사결과가 유럽의 인증 시험장에서의 검사보다 훨씬 가까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럽 당국은 배기가스 조사를 미국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 독일 베를린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비영리 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위탁했다. ICCT는 2013년 웨스트버지니아대학의 대체연료 엔진 배기가스센터 연구원들을 고용,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1989년부터 엔진 배기가스 및 대체연료 사용에 대해 연구를 해 온 이 센터는 폭스바겐 파사트와 제타 등 3개 디젤승용차에 대한 배기가스 검사작업에 들어갔다. 이 센터의 연구원들은 처음부터 업체의 비리를 찾으려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며 뭔가 다른 내용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하고 검사에 임했다고 한다.

이 배기가스 조사에서는 폭스바겐의 파사트와 제타 외에 BMW의 X5도 포함돼 있었으며 2013 년 3월부터 5월까지 시험한 결과 폭스바겐 차량은 시험장 내에서는 배기가스 규제의 법적 기준을 충족시켰다. 반면 도로 주행시에는 기준치보다 훨씬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센터는 2014년 5월에 해당 연구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했으며 결국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가 직접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 소속 조사관들은 폭스바겐 기술자들을 불러 몇 달 동안 회의를 거듭했으며 폭스바겐은 지난해 12월 약 50만대의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키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기자원위원회가 재검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문제에 대한 수리 이후에도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대기자원위원회 조사관들은 폭스바겐 측에 진지한 답변을 계속 요구했지만 폭스바겐은 검사방법과 검사장비 조정에 문제가 있다며 발뺌을 거듭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검사를 시도했지만 주행시와 시험장에서의 결과가 너무 달라 조사관들은 결국 차량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데이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핸들의 움직임 등에 따라 배기가스 검사 중인지 아닌지 여부를 식별해 내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사실을 발견했다.

폭스바겐은 2009년부터 2015년 사이에 걸쳐 이 소프트웨어를 엔진제어 모듈에 통합시켜 장착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9차례에 걸친 양측 간의 공방과 조사를 계속한 끝에 마침내 폭스바겐 기술자들은9월 3일 모든 사실을 자백했다.

대기자원위원회 측은 우리가 모은 증거와 축적된 데이터로 추궁을 계속하자 변명 끝에 결국 자백을 했으며 이 소프트웨어는 적어도 전 세계에 판매된 1100만대의 차량에 탑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이 검사 결과를 속이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된 후 25명 폭스바겐 기술자가 대부분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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