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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 칼럼] 삼성페이에 날개 달아준 루프페이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1 16:44

수정 2015.10.01 22:34

[김승중 칼럼] 삼성페이에 날개 달아준 루프페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갤럭시S6엣지가 당당하게 등장한다. BC, 씨티 등이 들어있는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로 장난감, 아이스크림, 꽃 등을 산다. 마그네틱 보안전송(MST)은 물론 근거리무선통신(NFC)까지, 다양한 방식의 신용카드 단말기는 삼성페이를 반긴다. 이때 두터운 마니아층이 있는 스마트폰이 나와 결제를 시도하지만 무위로 끝난다. 어리둥절한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뒤집어 보자 애플의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난다."(삼성페이 북미 홍보영상)

삼성페이가 미국에 깃발을 꽂았다.
삼성은 외쳤다. "시골에 있는 어떤 가게에서도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북미 시장 역시 상점 대부분이 MST 단말기를 갖고 있다. NFC 단말기는 10~20%에 불과하다. 애플페이는 NFC만 가능하다. 반면 삼성페이는 그 어떤 방식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미국 론칭은 일단 상큼하게 출발했다. "애플이 결제하지 못하는 곳에서 삼성은 한다." "스마트폰 기술이 일취월장한 분명한 사례." 삼성페이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놓은 평가다.

삼성페이의 힘찬 날갯짓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루프페이다.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에서 자금을 모은 루프페이는 카드 뒤에 있는 숨어있는 세 줄의 자기띠를 모바일에 그대로 옮겨올 수 있는 MST를 개발했다. 삼성페이를 일반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주인공이다. 삼성은 루프페이를 인수해 한 단계 진화시켰다. 킥스타터는 개인이나 기업이 상품 아이디어, 모금 목표액, 개발완료 예정시점 등을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회원들이 후원자로 나서는 소셜 펀딩 사이트를 말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킥스타터는 세계 460여개 크라우드펀딩 업체 중 가장 크다. 삼성도 킥스타터를 통해 루프페이를 눈여겨봤다.

"삼성전자의 루프페이 인수는 가시화된 신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단기간에 확보해 신사업 분야, 미래 유망산업에 효과적으로 진출한 성공적 해외 인수합병(M&A) 케이스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해외 M&A 현황 및 발전과제' 보고서 일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요즘 M&A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미국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업체인 '스마트싱스',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더 솔루션 업체 '프린터온', 브라질 최대 프린팅솔루션 업체 '심프레스' 등 10여곳을 사들였다. 지분투자에도 적극적이다. 2분 만에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이스라엘 '스토어닷', 4D 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는 'MV 4D'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다.

지금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스타트업 쇼핑'에 발품을 팔고 있다.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골라내고 아이디어를 사들인다. 새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서다. 쇼핑 장소로는 이스라엘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이상의 첨단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몸값이 싸서다.

한국은 얼어붙은 땅이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각종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없다. 쿠팡,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등 손꼽을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수천개의 스타트업이 쏟아진 핀테크 분야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나. 규제에 신경 쓰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풍토가 없어서다. 곳곳에 금지사항만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시작은 곧 법령과의 싸움'이라고도 한다. 정부나 기업도 스타트업의 혁신을 수용하는 데 있어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


일본 실패학의 창시자 하타무라 요타로 전 도쿄대 교수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선인들의 말을 이렇게 다듬었다. "성공은 99%의 실패 교훈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혁신으로 무장한 한국판 스타트업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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