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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보다 못한 지배구조… 韓기업 새틀 짜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6 17:23

수정 2015.10.06 22:24

아시아 11개국 중 8위 후진적 구조 허점 많아 헤지펀드에 '좋은 먹잇감'
지주사 전환 등 개선하고 폐쇄적 기업문화 개혁 CEO 승계 프로그램으로 불확실성 제거 노력도
태국보다 못한 지배구조… 韓기업 새틀 짜라

상장사 등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주와의 소통 채널을 확대하고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는 최근 벌어진 엘리엇 매니지먼트(미국계 헤지펀드)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에서도 드러났다. '형제의 난'이 벌어졌던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순환출자와 베일에 감춰진 최대주주의 정체가 지배구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기업 지배구조 수준 하위권

해외 헤지펀드는 지금도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취약점을 찾고 있을 게 분명하다. 언제든 허점을 보이면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대응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로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2년마다 한 번씩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 수준은 11개국 가운데 8위에 머물렀다. 태국(4위), 인도(7위), 대만(6위)보다도 낮다. 회계투명성은 평균 수준이었지만 기업문화는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정책 분야는 지배구조 개선과 대응하는 법률 개정이 더딘 것이 문제로 지적됐고, 기업문화는 경영진들이 소액주주들과의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기업의 본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주와의 소통이나 의사결정 과정 등을 시스템화하는 등 지배구조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회사와 주주 간 원활한 의사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일부 기업은 이미 주주와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주주총회에서 제안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했고 삼성물산도 '거버넌스위원회'와 '사회적책임(CSR)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재규 연구원은 6일 "다양한 이해관계의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경영진과 다른 생각을 가진 주주라고 해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아군이란 생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주 간 충분한 정보를 공유해야 외부 자본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폐쇄적인 기업문화 바꿔야"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등 구조개선을 위한 일련의 노력이 형식에 그쳐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를 바꾸는 데서 나아가 폐쇄적인 기업문화를 개혁해야 외부 자본의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

CEO 승계나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도 마찬가지다.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CEO 자리에 오를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돼 있어야 '선장'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주주 대표성을 가진 이사회를 통해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 연구원은 "이사회 차원의 논의 절차와 결정 과정 등 정상적인 시스템이 기능하고 그 안에서 구성원들이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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