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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감청협조 재개 논란...민간기업 비난보다는 법조항 손질이 먼저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1 14:57

수정 2015.10.11 14:57

카카오 감청협조 재개 논란...민간기업 비난보다는 법조항 손질이 먼저

카카오가 지난해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하겠다고 발표한지 1년만에 제한적으로 감청에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인터넷과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불법 도청이 아닌, 정부의 정당한 수사요청에 기업이 협조하지 않는 탈법을 지속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확산되면서 카카오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국내 인터넷 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공권력의 수사에 협조하는 민간기업에 대한 막연한 비난 보다는, 현행 법상 명확하지 않은 감청관련 조항과 기업의 역할등을 손보는 등 제도적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법 조항 혼란....번 준수 여부가 논란
1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수사정보 제한적 협조 요청을 놓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명시된 '감청' 협조가 송·수신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만을 의미하고,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의 내용을 요구하는 것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감청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수 있다는 카카오의 논리가 위법 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려왔다. 결국 이러한 논란은 카카오가 다시 1년만에 수사정보 협조 재개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의 단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인터넷 사업자와 통신 사업자들 모두 '감청'을 비롯한 수사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카카오만 감청 불응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게 업계의 일관적인 설명이다.

아울러 법 적용 준수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애매해 카카오는 현행 법 아래에선 어떠한 입장을 취하든 논란에만 휩싸이는 형국에 갇혔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이 디지털 시대와 맞지가 않는 상황에서 대충 법을 적용하려니 생긴 문제"라면서 "예전 유선전화를 적용한 법으로 인해 해석상 '불응'도 가능하고 '협조'도 가능하다. 해석상의 논란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관행에 변화오나
카카오가 검찰과의 논의를 통해 수사정보 제공 내역 중 대화상대를 익명처리한다고 합의한 것은 기존 수사관행에 한단계 변화를 줬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감청영장에 지목된 수사대상자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내역에서 대화 참여자들은 익명으로 처리되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단톡방에서 공범 가능성 있는 대상자의 자료를 추가로 요청할 수 있지만 '자료 익명처리'에 일반 기업과 수사당국이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프라이버시 보호 단계의 첫 시작이란 분석이다.

당초 논의 과정에서 카카오 측은 수사당국의 자료를 추가로 요청할 때에도 추가 영장을 별도로 받는 것을 요청했으나 수사기관장의 공문 수준으로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이 익명처리된 자료 제출을 수용했다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면서 "검찰이 프라이버시라는 테이블에 숟가락을 얹은 것으로, 수사당국이 프라이버시를 고민하는 시작점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익명화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카카오가 수사정보 제공을 재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과 카카오가 논의 결과에서 절충점을 찾았다는 것은 대한민국 수사기관의 관행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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